2006-12-06 | 톰 딕슨과 라코스테의 만남

Editor’s Comment

푸마와 마르셀 반더르스 그리고 라코스테와 톰 딕슨. 패션 브랜드가 패션 바깥의 디자이너에게 협업을 청했던 2006년의 소식들입니다. 라코스테가 매년 패션계 바깥의 디자이너와 함께 클래식 폴로 셔츠의 재해석을 진행하기로 하고 찾은 첫 번째 인물이 바로 톰 딕슨입니다. 그는 소재와 기술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렇게 ‘에코 폴로’와 ‘테크노 폴로’가 탄생했습니다.

대중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어느 날 언감생심 잡지에서나 볼까 싶은 거물급 디자이너의 이름과 마주치는 일도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푸마에 어느 날 닐 배럿과 알렉산더 맥퀸의 스니커즈가 등장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조합은 놀랍다기 보다 예측가능한 것이 되었다. ‘패션 민주주의’라 할 만한 현상이 확산되어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패션계가 패션 ‘바깥’의 디자이너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푸마와 닐 배럿 보다는 푸마와 마르셀 반더스가, H&M과 빅터 앤 롤프보다는 라코스테와 톰 딕슨의 만남이 그러하듯 말이다. 

라코스테는 매년 패션계 밖에서 디자이너를 초빙해 클래식 폴로 셔츠의 재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자로 톰 딕슨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난 가을 ‘톰 딕슨의 패션’이라는 흔치 않은 아이템과 마주하게 되었다. 

“라코스테에 관한 두 가지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탐색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하나는 소재의 근원과 수공예에 초점을 둔 작업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기술 및 기능성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에코 폴로’와 ‘테크노 폴로’이다. 에코 폴로는 우리 시대 가장 급박한 이슈로 떠오른 지속가능성의 테마를 셔츠의 제작 과정에 반영한다. 유기농 면 소재로 만든 이 셔츠의 염색은 전통 방식을 따랐다. 반면 테크노 폴로는 소재의 실험에 나섰다. 루렉스(lurex) 섬유를 소재로 금속성 셔츠를 만들어낸 것이다. 의외로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활동하기도 편하고 내구성도 높아, 스포츠웨어로 손색없다. 

라코스테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듯한 톰 딕슨의 이러한 접근은, 각각의 패키지에서도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에코 폴로는 언뜻 보면 도시락 같은 상자에 담겨 있다. 재생지를 활용해 만든 패키지로 그 질감이 영락없는 계란 상자다. 테크노 폴로는 셔츠의 금속 같은 느낌을 반영해 알루미늄 포일에 진공 포장되어 판매된다. 시원한 타이포그래피도 인상적이다. 

‘에코 폴로+’, ‘테크노 폴로+’ 라는 이름의 특별 에디션도 있다. 에코 폴로+는 인도 오로빌 지방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제 염색된 제품으로 인공 착색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테크노 폴로+는 스테인레스 스틸과 면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을 보여준다.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각각 1천 벌만 한정 판매되었다.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4-01 | 포켓 캠코더 ‘SAL’

이전의 것들이 자신의 운명을 모른 채 새로운 것과 경합을 한다고 믿었던 시기. 온갖 휴대용 기기가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기기에 흡수되기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클라스카 호텔의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 슈와 테이의 포켓 캠코더 디자인 소식입니다.

2011-11-18 | 테렌스 콘란 – 지금 우리의 생활 방식

2019년에는 더 콘란숍의 한국 매장 오픈 소식이, 2020년에는 테렌스 콘란 경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1년 오늘 디자인플럭스는 시간을 되돌려, 지난 2011년 열린 ‘테렌스 콘란 – 지금 우리의 생활 방식’ 전시를 살펴봅니다. 오랜 후원자 테렌스 콘란을 위한 디자인 뮤지엄의 헌정 전시라고 할까요.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또 사업가로서 전후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형성에 기여했던 테렌스 콘란의 생애와 이력을 돌아봅니다.

2011-06-16 | VAT 19%와 7%, 둘 중 어느 쪽?

이것은 디자인일까 예술일까. 그 판단에 따라 부가가치세 19%냐 7%냐가 결정됩니다. 베타 탱크의 에얄 부르슈타인과 미헬레 가울러는 예술이다 디자인이다 딱 부러지게 말하기 ‘모호한’ 오브제들을 만들어, 각기 다른 세관을 거치는 경로로 전시 현장으로 부쳤습니다. 베타 탱크의 ‘택싱 아트’ 시리즈는 세법과 해운법이라는 관료적 세계로 들어선 오브제의 여행기입니다.

2007-01-26 | 길 위의 디자인

골목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차양막.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공공공간 그늘막’입니다. 신축성 좋은 라이크라 소재로 주변 환경에 덜 구애받으며 더 유연한 설치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유연한 형태와 밝은 색상이 골목에 그늘만큼이나 기분 좋은 활기를 더하죠. 이 차양막은 그해 열린 쿠퍼휴잇의 ‘90%를 위한 디자인’ 전시에서도 선보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