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受粉) 패스메이커(Pollinator Pathmaker)’는 꽃가루를 옮기는 벌, 나비 등의 수분 매개자(Pollinator)를 위해 인간이 식물을 심고 관리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알고리즘 정원 디자인을 통해 인간이 정원을 바라보는 태도와 행위자를 전환한다. 영국 콘월의 이던 프로젝트(Eden Project)의 의뢰를 받아 진행되었다.
예술가 알렉산드라 데이지 긴스버그(Alexandra Daisy Ginsberg)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알고리즘에 사용될 450개의 디지털 식물 그림을 만들었다. ‘수분 패스메이커’의 사용자는 웹 페이지(pollinator.art)에서 이 디지털 식물들로 구성된 자신만의 3D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알고리즘 도구를 활용하여 3D 환경 속에서 조경 계획을 세우거나, 수분 매개자처럼 정원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식물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3D 정원은 공유, 저장, 재방문할 수 있다.
벌, 꽃등에, 나비, 나방, 말벌, 딱정벌레 등의 수분 매개자는 많은 식물 종의 번식과 생태계에 필수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수분 매개자의 개체 수는 인간이 야기한 서식지 파괴, 살충제, 외래종, 기후 변화로 인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수분 매개자 없이는 많은 식물이 번식과 씨앗을 만들 수 없고, 씨앗 없이는 결국 나무, 꽃, 작물이 사라지고 만다. 긴스버그는 식물 종의 번영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원이 인간이 아니라 수분 매개자의 관점에서 디자인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분 매개자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또 계절마다 다른 방식으로 색을 보고, 먹이를 찾아다닌다. 이렇게 디자인된 정원은 인간을 위한 정원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수분 패스메이커’는 인간이 만들어낸 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응이다. 예술을 통해 인간이 아닌 종을 위해 정원을 창조함으로써, 공감과 보살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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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