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건축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에서 디자인한 초고층 건물 ‘튤립 타워(The tulip)’가 끝내 정부의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기획이 무산되었다. 정부 측에서 말하는 허가 거부의 주된 이유는 “건물의 디자인이 형편없고, 역사적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이로써 런던 중심부에 튤립 모양의 초고층 빌딩으로 또 다른 도시 이미지를 보여주려던 야망은 좌절된 듯하다. 원래 이 건축물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 The Gerkin) 바로 옆, 런던 버리 스트리트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305m 높이의 튤립 타워가 지어졌다면, 더 샤드(310m)에 이어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되었을 것이다.
튤립 타워는 지난 2018년, 런던시(the City of London Corporation)에서 승인이 되었으나, 2021년 11월 11일 런던 시장이 최종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튤립 타워의 후원자인 제이콥 사프라는 항소했지만 이 역시 기각되었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항소하는데 불필요하게 사용된 세금이 아까울 뿐이다”며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강하게 표했다.
210장에 달하는 정부 측의 보고서에는 건축사무소와 후원자의 항소가 기각된 이유가 상세히 적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이유는, 튤립 타워가 세워졌을 때 런던 타워를 포함한 주변 장소가 지닌 문화 유산을 헤칠 수 있다는 점, 주변 빌딩과 어우러지지 않는 점, 건물의 토대와 지하도 공사에 엄청난 양의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 지속 불가능성 등이다.
대변인에 따르면 사디크 시장은 “튤립 타워는 그저 꼭대기에 갤러리가 달린 거대한 콘크리트 승강기나 다름없고, 이 건물로 인해 심각한 주거, 사무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런던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즉 튤립 타워는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문제 뿐만 아니라 공익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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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