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먹는 곤충, 패키징 신소재

‘키토폼(Chitofoam)’ 소재로 만든 컵(왼쪽). © 도플갱어(Doppelgänger) 스튜디오의 샤를로테 뵈닝(Charlotte Böhning)과 마리 렘프레스(Mary Lempres)

디자인 스튜디오 도플갱어(Doppelgänger)의 샤를로테 뵈닝(Charlotte Böhning)과 마리 렘프레스(Mary Lempres)는 밀웜(딱정벌레의 유충)의 외골격으로 만든 생분해성 스티로폼을 개발중이다. ‘키토폼(Chitofoam)’이라 불리는 이 소재는, ‘키틴(Chitin)’이라는 생체고분자에서 추출되는 것으로, 밀웜을 사용해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외골격을 만들어 내어, 발포성 폴리스티렌(EPS)의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다. 키토폼은 충격에 강하고, 방수 기능이 있어 컵이나 완충재 혹은 다른 패키지의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다.

스티로폼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발포성 폴리스티렌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서져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이것은 재활용도 쉽지 않아 결국 쓰레기 매립지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하는, 매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소재이다.

키토폼 소재로 만든 패키지. © 도플갱어(Doppelgänger) 스튜디오

도플갱어의 두 디자이너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밀웜 바이오다이제스터에 패키지 폐기물과 모델링한 폼을 넣어 분해 반응을 실험했는데,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가 키토산이라 불리는 바이오폴리머 겔을 흘리는 과정에서 외골격을 추출하는 것을 포착, 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물질을 개발한 후에는, 가볍고 방수가 되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퇴비화가 가능한 스티로폼 패키지를 제작했다. 실제 포장재의 디자인에서는 키토폼을 격자 모양의 구조로 만들어 상품의 보호 기능을 한층 높였다.

키토폼 시스템. © 도플갱어(Doppelgänger) 스튜디오

키토폼의 순환 시스템은 작은 생명체의 도움으로 환경에 유해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스티로폼 폐기물 관리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2015년, 스탠포드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밀웜이 스티로폼을 아무런 문제없이 소화, 분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100마리의 밀웜은 하루에 40밀리그램의 스티로폼을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도플갱어(Doppelgänger) 스튜디오

밀웜은 100% 식용 곤충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고 특히 농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밀웜 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식용 밀웜은 적은 자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를 수 있고 공간 효율성도 뛰어나다.

charlotteboehning.com
marylempres.space

© designflux.co.kr

강예린

지구에 이로운 디자인이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결국 어디로 버려질까요? 호기심이 많은 초보 연구자입니다. 모든 광고 문구에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것, 누군가 소외되지 않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8-12-09 | 동전 한 닢 USB 드라이브

영락 없이 동전의 모습을 한 USB 플래시 드라이브. 라시의 ‘커런키’입니다. 기술 중심의 제품군에 기반한 브랜드이지만, 라시는 성능과 안정성 외에도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써왔습니다. 5.5 디자이너스에게 USB 플래시 드라이브의 디자인을 의뢰한 까닭이지요. 5.5 디자이너스는 USB 드라이브에 아주 일상적인 사물의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동전이라던가 또 열쇠처럼요. 재치 있는 그러면서도 본래 물건의 휴대 습관에 자연스레 편승하는 영리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사라질 지도

바다를 소재로 기후 위기를 다루는 예술가, 크리스티나 콘클린(Christina Conklin)이 마리나 사로스와 공동 저술한 <사라지는...

2010-02-09 | 안전한 맥주잔 디자인

범죄라는 심상치 않은 문제를 다루는 디자인이 있습니다. 범죄에 맞서는 디자인(design against crime)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실천들입니다. 어떤 디자인은 범죄의 예방에, 또 어떤 디자인은 범죄의 여파의 축소에 무게를 두기도 합니다. 2010년 오늘의 소식은 후자에 가까운 사례인데요. 음주와 폭력의 불행한 조합 속에서 위험천만한 흉기가 되곤 하는 맥주잔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입니다.

2008-07-11 | “빌바오 효과란 허튼 소리다.”

2008년 서펀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의 건축가는 프랭크 게리였습니다. 의외로 이 임시 건축물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완성된 프랭크 게리의 건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파빌리온 공개를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빌바오 효과’에 언급되었죠. “빌바오 효과란 허튼 소립니다.” 그렇게 이야기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프랭크 게리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