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없는 베를린 법안 제안

베를린 도심 도로 링반, 2021. ⓒ 톰 마이저(Tom Meiser)

자동차 없는 베를린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 시민단체 ‘베를린 아우토프라이’(Volksentscheid Berlin Autofrei)는 2020년부터 자동차 없는 안전한 도시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20년 베를린 도심 도로 링반(Ringbahn)[1] 내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법안을 작성해 청원 동의 서명 운동을 시작한 후, 2021년 8월에는 베를린 시민 5만 여 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 베를린 시 상원에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베를린 시에서 검토 중인 이 법안의 유효성 및 제정 추진 여부에 관해 2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2]

이 법안이 법률로 제정될 경우 베를린은 세계에서 자동차가 가장 적은 도시가 될 것이다. 자동차 제한 구역에서는 개인 차량의 통행과 주차가 금지된다. 제한의 기준은 공해 발생과 사고 유무이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교통 약자를 위한 차량・상업용 차량・응급 서비스 차량은 예외 대상이며, 거주자는 이사 등 특수한 상황에 한해 1년에 12번까지 자동차나 밴 사용을 허가 받을 수 있다.

‘베를린 아우토프라이’의 법안이 실현될 경우 링반 풍경, 2021. ⓒ 톰 마이저(Tom Meiser)

2021년 독일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베를린 시민의 91%가 자동차 없는 환경에서 더 행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차량을 보유한 시민은 전체 인구의 약 30%에 불과하다. ‘베를린 아우토프라이’는 베를린 시가 도시 과밀화 현상과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시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자동차 없는 도시를 만드는 법률 제정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이 법안에 동의한 시민 5만 여 명은, 노인들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도시, 창문을 활짝 열고 생활하고 자동차 대신 벤치가 더 많은 친기후적 도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파리, 오슬로 또한 자동차 없는 도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2020년부터 10년 동안 바르셀로나의 중심부 구역인 에이샴플레(Eixample) 거리의 30%를 자동차 없는 공공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파리는 2018년부터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 도심 차량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오슬로는 2017년부터 자동차 없는 생활 공간 프로그램(Car-free Livability Program)을 시행해왔다. 도심 내 차량 760대의 주차 공간을 없앤 자리에 공원과 보행로를 조성하고 전기 자전거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도심 내 공공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로 적극적으로 개편해 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래로 오슬로 시의 도심 자동차 교통량은 약 30%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듯 유럽의 도시들이 공공적, 친기후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각기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베를린이 유럽에서 가장 진보적인 수도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지, 이 법안의 귀추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 베를린 도심을 순환하는 37km의 도로로 면적은 약 88km²이다.

[2] 베를린 시에 법안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청원 동의 서명 운동을 실행하고 6개월 이내에 2만 명 이상이 동의 서명을 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한 청원은 베를린 시 상원으로 전달되어 시의 상원은 5개월 이내 청원 내용을 검토해 법률 제정 절차 여부를 공식 발표해야 한다.

www.dezeen.com
www.designboom.com
volksentscheid-berlin-autofrei.de

© designflux2.0.co.kr

이지원

이지원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디자인사 자료 수집을 위한 구술 연구의 방향 모색》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늘날 비주류로 분류되는 담론 내 미시사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실천적 방법으로 전달하는 작업을 실험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인 아키타입(archetypes)을 운영하며 저술과 출판 활동 등을 통해 책과 기록물을 만들고 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4-21 | 바이오쿠튀르

배양액 속 박테리아가 섬유를 자아내고 그것들이 엉겨 막을 이룹니다. 그리고 이 미세 섬유질의 막이 모여 천이 되죠. 모두가 실험실에서 단 몇일 만에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수잔 리의 ‘바이오쿠튀르’는 막대한 인력과 자원과 환경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의류의 한 가지 미래를 앞당겨 보여준 프로젝트였습니다. 현재 그는 바이오패브리케이트(Biofabricate)의 대표로, 바이오원료 기술과 패션은 물론 건축 등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철물점 프로젝트

중국 항저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마리오 차이(Mario Tsai)가 지난 해 말, ‘오픈소스 디자인’을 주제로...

2007-04-05 | IKEA의 주택 상품 ‘보클록(BoKlok)’

이케아도 무지도 집안에 둘 물건을 파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집마저도 상품 목록에 더했습니다. 이케아가 건설회사 스칸스카와 함께 내놓은 '보클록(BoKlok)'은 ‘누구’에서 출발하는 집입니다. 이 집의 시작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한부모 여성’입니다. 평균 수준의 소득에 자동차는 없는 여성이요. 여기에서 조금 더 확대해 아이 한 명의 작은 가족, 이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첫 주택을 구입할 청년층, 작고 저렴하고 안전한 집을 원하는 노인 등이 보클록이 상정한 거주자의 모습이었습니다. 2019년에는 ‘실비아보’ 프로젝트를 통해 치매 환자를 위한 집을 선보이기도 했지요.

2009-04-06 | 위기를 팝니다

4월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라는 대형 행사를 중심으로, 때맞춰 열리는 전시 등의 소식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4월에는RCA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위기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사소한 생활의 위기에서 위기의 일 선언에 이르기까지,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다시 만나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