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대사관

외계인 대사관, 2021. © Hung Lu Chan

네덜란드와 대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찬 훙 루(Hung Lu Chan)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외계인 대사관(The Embassy of Aliens)’은 주로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나 감독이 상상하고 구현한 기존의 외계 생명체라는 개념과 그 형상에서 벗어나, 인간이 외계인을 인식하는 대안적 상상을 유도하고 탐구한다.

외계인 대사관에서 의사소통 하는 모습, 2021. © Hung Lu Chan

‘외계인 대사관’은 인간과 외계인 사이에서 협상하는 매개체적 수단으로, 여기에서 작가는 ‘외계인의 소리(Sounds of Aliens)’라는 새로운 틀을 적용한다. ‘외계인의 소리’는 인간과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외계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일종의 악기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이것은 인간이 외계인을 떠올릴 때 발생하는 인간의 뇌파 – 사운드 개념으로서의 파장 – 를 감지하여 ’이미지’ 같은 시각적 간섭 없이 직접 음악적 신호로 변환한다.

음악적 신호로 변환된 외계인의 소리, 2021. © Hung Lu Chan

수 세기 동안 인간은 외계인에 대해 상상해왔고, 1960년대 이후부터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Searching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이어오고 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 본질적인 방법은 전파망원경을 사용하여 먼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이상 신호를 찾는 것인데, 여기에서 이상 신호의 기준은 결국 인간의 기술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역설을 통해 우리는 외계인에 대한 두 가지 이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자신 역시 인간이 찾고 있는 외계인의 미래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인간이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미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외계인 대사관 일러스트레이션, 2021. © Hung Lu Chan

현대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외계인의 모습에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소망과 욕망이 담겨 있다. 즉 외계인은 인간의 자아, 그 내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현상학자 발덴펠스가 저술한 <외계인 현상학: 기본 개념(Phenomenology of the Alien: Basic Concepts)>에 따르면, 외계인은 인간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한다.

‘외계인 대사관’에서 찬 훙 루는 바로 이 논리를 따라 외계인을 시각적 형상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다가간다. 외계인의 대리인이 되어 그 입장에서 바라보고, 궁극적으로 외계인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와 같이 인간과 외계인의 관점을 교차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인식에 도전하고, 다른 존재와 다른 사회, 다른 세계를 모색한다.

외계인 대사관에서 상호 작용하는 모습, 2021. Photo © Iris Rijskamp

외계인 대사관 연설과 작품 설명을 영상에서 볼 수 있다.

hungluchan.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4-06 | 위기를 팝니다

4월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라는 대형 행사를 중심으로, 때맞춰 열리는 전시 등의 소식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4월에는RCA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위기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사소한 생활의 위기에서 위기의 일 선언에 이르기까지,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0-08-11 | 미소니, 케네스 앵거와 만나다

〈스콜피오 라이징〉으로 유명한 실험영화 감독 케네스 앵거와 이탈리아의 패션하우스 미소니가 만났습니다. 러닝타임 2분 30초의 짤막한 캠페인 필름 〈미소니 바이 앵거〉의 크레딧이 올라올 때, 온통 미소니로 끝나는 이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2010년 그해, 미소니 일가는 봄/여름 위르겐 텔러에 이어 가을/겨울 케네스 앵거의 카메라 앞에 서며, ‘직접’ 브랜드 홍보의 전면에 섰습니다.

2011-04-22 | 공작연맹아카이브 – 물건박물관

베를린에는 평범한 물건들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공작연맹 아카이브 – 물건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박물관의 중심에는 1907년 결성된 독일공작연맹의 산물과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대 공작연맹의 실천 영역이었던 일상 생활과 상품 사회에 대한 관심을 동시대로까지 확장하죠. 가령 올 1월 1일 개막한 ‘위기’ 전시에서는 40년대의 방독면부터 오늘날의 일회용 마스크, 박제 박쥐, 비누, 플레이모빌의 간호사 인형 등의 다양한 위기의 사물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2007-05-11 | 제로 시티

오일 머니가 가능케 한 탄소 제로 폐기물 제로의 도시. 2007년 UAE가 발표한 ‘마스다르 시티’입니다. 아부다비 공항 5분 거리에 세워진 이 신도시는 태양열 발전과 같은 현대의 클린 에너지 기술과 중동의 오랜 쿨링 건축 기법인 윈드 타워가 공존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에 대중교통과 소형궤도차, 보행,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도시로 계획되었습니다. 2007년 포스터+파트너스의 마스터플랜이 공개되고 2008년 착공에 들어간 마스다르 시티는 본래 2020년 완공을 계획하였으나, 2018년 기준으로 25%가 완성된 상태로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