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건축(세미 아키텍처)

스키마타 건축,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물 16, 2021 ⓒ Schemata architects

도쿄의 스키마타(Schemata architects) 건축 사무소가 디자인한 무사시노 미술대학 실내디자인과 건물 16 ‘세미 아키텍처(Semi-architecture)’가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세미 아키텍처는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직접 수정하면서 변화해가는 미완의 건축을 일컫는다. 건물 16은 디자인, 제작,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창의력에 따라 변용이 가능하게끔 건물 전체에 공통된 규격을 적용하고, 특히 전시마다 적절히 칸막이와 가구를 유동적으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표면의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화이트 큐브’ 공간과는 물론 거리가 멀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물 16 내 전시 풍경, 2021. ⓒ Schemata architects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물 16의 작업 공간과 전시 공간, 2021. ⓒ Schemata architects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마감재를 덧입힐 것을 가정해 석고보드에 퍼티 마감재, 스틸에 녹 방지 페인트 등 최소한의 마감재만 적용했다. 벽면 표지판은 스텐실과 스탬프를 사용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물 16의 스탬프 벽 표지판 ⓒ Schemata architects

건물 16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스키마타 건축 사무소가 파리를 방문하면서 구상되었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역사적 건축물들은 외관의 변경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과 활기로 가득하다. 이러한 파리의 모습을 관찰하던 중, 장대를 이용해 바로 설치할 수 있는 장터 천막 시스템, 이동형 벤치와 화분, 오픈 카페 등 기발한 임시 구조물과 시스템을 발견하고 ‘세미’ 건축 개념을 착안했다.

스키마타 건축 사무소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무사시노 미술대학 건물 16에 앞서 교토 시립 예술대학과 HAY 도쿄에도 구현되었다.

Schemata.jp

ⓒ designflux.co.kr

박지민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6-24 | 무지의 ‘즐겨요! (  )의 에너지를’

3월 11일의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무지(MUJI)는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일본이 스마트 에너지 국가로 나아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요. 그리고 ‘즐겨요! (  )의 에너지를!’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에게 지금의 어두움을 조금이나마 밝혀줄 에너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물었죠. 디자이너들이 보내온 괄호 속 단어와 그에 관한 스케치를 다시 만나봅니다.

2007-05-30 | 하이메 아욘의 ‘쇼타임!’

2007년 하이메 아욘의 ‘쇼타임!’ 그 두 번째 막이 올랐습니다. BD에서 선보인 가구 컬렉션에 새로운 아이템이 더해졌는데요. 공존이 가능할까 싶은 소재와 스타일을 뒤섞는 이른바 대조적 믹스를 통해, 여러 모로 즐거운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2009-06-22 | 토르트 본체, RCA 제품디자인과 학과장에

“그가 최근에 RCA 제품디자인 학과장이 된 것 아시죠?” 2009년 아르테크니카의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인터뷰 중에 언급했던 그 소식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토르트 본체가 2009년 RCA 제품디자인 과정 학과장에 선임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그는 RCA의 제안을 수락하며, 스튜디오를 처음 열었던 도시인 런던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2009-04-06 | 위기를 팝니다

4월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라는 대형 행사를 중심으로, 때맞춰 열리는 전시 등의 소식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4월에는RCA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위기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사소한 생활의 위기에서 위기의 일 선언에 이르기까지,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다시 만나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