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셋째주 월요일은 흑인 해방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 (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의 업적을 기리는 ‘마틴 루터 킹의 날’이다. 올해에도 도시 곳곳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한 특별 행사를 만날 수 있다. 뉴욕 브롱크스에 위치한 웨이브 힐 하우스에서는 1월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퀼트 공예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킹 목사와 퀼트 공예라니. 그 접점이 의아할 수도 있겠다. 이 관계는 1965년 셀마-몽고메리 행진에서 유래한다. 1965년흑인 참정권을 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나선 킹 목사와 시위대는 앨라배마주의 소도시 보이킨(Boykin) 주민들에게투표권 운동을 독려했다. 이에 지역 사회 여성 공예가 단체인 ‘기스 벤드 퀼터스(Gee’s Bend quilters)’와 ‘프리덤 퀼팅비(Freedom Quilting Bee)’가 협력해 흑인 인권운동 및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지원했다.
6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퀼트 공예품을 생산해 온 보이킨 지역과 인근 지역의 커뮤니티들은, 80년대 초 미국 민속학 분야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해 90년 후반에 들어서는 민속 에술 분야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른다. 2002년 휴스턴 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 ‘지스 벤드 퀼트 공예(The Quilts of Gee’s Bend)’에서는 여성 퀼트 공예가 42명의 작품을 선보였고, 2006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순회 전시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보이킨의 퀼트 커뮤니티 및퀼트 공예가들은 자신과 이름과 활동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했던 보이킨 지역에 공예품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 경제에 공헌해 오고 있다.
2003년에는 50여 명의 퀼트 공예가가 모여 ‘기스 벤드 퀼트 공예가 콜렉티브(Gee’s Bend Quilters’ Collective)’를 창립했다. 공동체 공예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 단체는 퀼트 공예품 생산, 퀼트 제작자들을 위한 교육과 아울러 공예 작품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힐 하우스에서 개최하는 퀼트 공예 프로그램은, 킹 목사와 흑인 인권운동에 동참한 여성 퀼트 공예가들을 기억하는 추념의 기회이기도 하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는 퀼트 공예가 로레타 페트웨이(Loretta Pettway)의 작품을 비롯한 다수의 퀼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버밍험 주립 도서관 구술사 프로젝트 아카이브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1] 1949년 앨라배마주 코빙턴카운티에 있는 기스 벤드(Gee’s Bend)에 미 연방 정부가 우체국을 설립하면서 보이킨(Boykin)으로 지명을 변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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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