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 튤립 타워 무산

런던 스카이라인 속 튤립 타워 © Michael Driver

영국 건축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에서 디자인한 초고층 건물 ‘튤립 타워(The tulip)’가 끝내 정부의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기획이 무산되었다. 정부 측에서 말하는 허가 거부의 주된 이유는 “건물의 디자인이 형편없고, 역사적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이로써 런던 중심부에 튤립 모양의 초고층 빌딩으로 또 다른 도시 이미지를 보여주려던 야망은 좌절된 듯하다. 원래 이 건축물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 The Gerkin) 바로 옆, 런던 버리 스트리트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305m 높이의 튤립 타워가 지어졌다면, 더 샤드(310m)에 이어 런던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되었을 것이다.

튤립 타워 버드아이뷰 © Michael Driver

튤립 타워는 지난 2018년, 런던시(the City of London Corporation)에서 승인이 되었으나, 2021년 11월 11일 런던 시장이 최종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튤립 타워의 후원자인 제이콥 사프라는 항소했지만 이 역시 기각되었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항소하는데 불필요하게 사용된 세금이 아까울 뿐이다”며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강하게 표했다.

210장에 달하는 정부 측의 보고서에는 건축사무소와 후원자의 항소가 기각된 이유가 상세히 적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이유는, 튤립 타워가 세워졌을 때 런던 타워를 포함한 주변 장소가 지닌 문화 유산을 헤칠 수 있다는 점, 주변 빌딩과 어우러지지 않는 점, 건물의 토대와 지하도 공사에 엄청난 양의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 지속 불가능성 등이다.

튤립 타워 내부 상상도 © Michael Driver

대변인에 따르면 사디크 시장은 “튤립 타워는 그저 꼭대기에 갤러리가 달린 거대한 콘크리트 승강기나 다름없고, 이 건물로 인해 심각한 주거, 사무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런던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즉 튤립 타워는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문제 뿐만 아니라 공익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bbc.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7-14 | 스마트폰 데이터 소비 동향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폰 시장의 1/4 정도를 차지했던 시절,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소비 동향은 어떠했을까요.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미국 내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월별 데이터 소비 내용을 수집하여 분석했습니다. 데이터 소비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세 배 이상 훌쩍 뛰었습니다. 90MB에서 298MB로 말이지요. 세월이 느껴지는 단위이기는 해도, 헤비 유저가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현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군요.

2006-12-06 | 톰 딕슨과 라코스테의 만남

푸마와 마르셀 반더르스 그리고 라코스테와 톰 딕슨. 패션 브랜드가 패션 바깥의 디자이너에게 협업을 청했던 2006년의 소식들입니다. 라코스테가 매년 패션계 바깥의 디자이너와 함께 클래식 폴로 셔츠의 재해석을 진행하기로 하고 찾은 첫 번째 인물이 바로 톰 딕슨입니다. 그는 소재와 기술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렇게 ‘에코 폴로’와 ‘테크노 폴로’가 탄생했습니다.

2011-07-15 | 도자 종이컵

어떤 물건은 소재가 너무 중요해 그것이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종이컵도 그런 것들 중 하나죠. 종이컵은 또 일회용 문화를 대표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도예 디자이너 레베카 윌슨은 이 종이컵에 웨지우드 재스퍼웨어와 델프트 자기의 외양을 입혔습니다. 다만 하나는 오로지 수제 종이로 된 시트로, 다른 하나는 포슬린과 펄프 혼합 용액으로 만든 시트로요. 윌슨은 두 가지 방식으로 ‘최상급’ 종이컵이라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2009-06-22 | 토르트 본체, RCA 제품디자인과 학과장에

“그가 최근에 RCA 제품디자인 학과장이 된 것 아시죠?” 2009년 아르테크니카의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인터뷰 중에 언급했던 그 소식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토르트 본체가 2009년 RCA 제품디자인 과정 학과장에 선임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해온 그는 RCA의 제안을 수락하며, 스튜디오를 처음 열었던 도시인 런던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