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0 | 굿디자인이란 무엇인가

Editor’s Comment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수없이 던져진 질문이고 어떤 대답은 무척이나 유명합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처럼요. 이번에는 디자인 평론가 앨리스 로스손의 대답입니다. 그녀는 좋은 디자인인가를 생각할 때 짚어볼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 모습은 어떠한지, 어디가 새로운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죄책감을 일으키는지 말이지요. 그리하여 도달하는 좋은 디자인의 결론은 무엇인지, 오늘의 뉴스에서 만나봅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전 디렉터이자, 현재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디자인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앨리스 로스손(Alice Rawsthorn)이”굿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발표했다. 6월 9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실린 이 글에서, 그녀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경유해야 할 다섯 가지의 경로를 제시한다. 그 내용은 1)그것이 어떤 일을 하는가, 2)어떻게 보이는가, 3) 어떤 점이 새로운가, 4)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5) 마지막으로 그것이 우리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가로 요약된다. 로스손은 기능, 외관, 혁신, 사용자경험과 같은 익숙한 디자인 이슈들을 각각의 항목을 통해 설명한다. 다만 그 내용은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가령 이 디자인이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기능의 효율적인 충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외관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리 시대 ‘보기 좋은’ 수많은 이미지들의 환영 속에서 아름다움 자체도 복잡해져버린 시대를 살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새로움이 자동적으로 혁신적 디자인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1968년 3M이 개발한 종이 접착제는 기대한 것만큼 접착성이 강력하지 않았다. 로스손은 이 약점이 ‘포스트-잇’이라는 상품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새롭기만 할 뿐 혁신적인 기술은 아니었노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이슈는 디지털 기기가 전면화된 요즘, 굿디자인의 핵심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야에 있어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제품디자인을 압도하는 듯한 모습이다. UI가 사용자 경험을 주조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 깔끔하고 간결한 UI 디자인은 굿디자인의 핵심적인 미덕이 될 것이다. “iPhone이나 Wii와 같은 기기들은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좋은 UI 디자인의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다소 의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항목은 바로 죄책감이다. 앨리스 로스손은 “무엇인가 끝내주는 외양에 기능적이기까지 한 제품을 디자인한다 해도, 이 제품이 만일 우리에게 죄책감을 불러 일으킨다면 무슨 소용일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사실 윤리적인 디자인,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대한 강조는 소수의 목소리로 간주되고 있지만, 그녀는 “비닐봉지가 얼마나 급속히 여러 국가에서 금기시되었는지 돌이켜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 다섯 가지의 경로를 따라 도달하는 결론은, 굿디자인이란 “그것이 디자인되고 제조되며 마침내 폐기되기까지의 방식을 (사용자가) 확신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적어도 디자인이 어떤 결과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프리-프로덕션은 물론 포스트-프로덕션의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주장은 적절하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너무 익숙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굿디자인의 요건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 다음일 뿐이다.[1]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What is Good Design? 
[The New York Times] What is Good Design? (2021-06-10 주소 갱신)  

via core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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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사 이미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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