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 Friendly : How the Hidden Rules of Design Are Changing the Way We Live, Work, and Play

User Friendly : How the Hidden Rules of Design Are Changing the Way We Live, Work, and Play
Cliff Kuang, Robert Fabricant / MCD(2019)

<유저 프렌들리>라는 400쪽이 넘는 책부터 시작해 보련다. 한때 무슨무슨 프렌들리 식의 말이 유행했던 터라 이 책 제목도 은유적인 표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디자이너들이 아는 그 ‘유저 프렌들리’ 얘기다. 저자들도 UX 디자이너 경력이 제법 있는 사람들이니 허투루 쓰진 않았을 게다. 이 책은 ‘user-friendly’라는 개념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다룬다.

그렇다고 유저 프렌들리를 비평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저 프렌들리의 역사성, 그러니까 1920년대, 2차 대전,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황에 따라 전개된 개념의 발전(?)을 여러 사례와 인물들(헨리 드레이퍼스부터 조너선 아이브까지)을 언급하면서 설명한다. 특히,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의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데 공동저자인 Robert Fabricant가 프로그의 크리에이티브 부사장이었기 때문일 것 같다.

사실, “friendliness”가 갖는 의미는 사용자와 기기 사이의 관계를 쾌활하게 표현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사용자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아무튼 저자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이 단지 버튼이나 디지털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쓰리마일 섬의 사고 사례에 대해 도널드 노먼의 저서와 그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지만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error’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설명한다.(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프렌들리의 대상이 사람들의 행동임을 강조하는 아래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일 것 같다.

..User-friendliness is simply the fit between the objects around us and the ways we behave… the bigger truth is that design doesn’t rely on artifacts…The truest material for making new things isn’t aluminium or carbon fiber. It’s behavior.(p.96)

UX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찾아보는 유익한 책임에 틀림없다. 이 분야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거리가 먼 내게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다만, 한때 유행한 ‘기업 프렌들리’라는 말이 불현 듯 떠올라 불편하긴 했는데 뭐 이 책의 저자들 잘못은 아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Articles

2011-10-26 | 도시가 연주합니다

도시의 건물들이 그리는 스카이라인이 음악을 연주한다면. 아코 골덴벨드의 ‘시티 뮤직’은 도시 건축을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합니다. 골덴벨드는 에인트호번의 축소 모형을 원통 위에 옮기고 이를 회전시켜 건반을 누르게 하였습니다. 과연 에인트호번은 어떠한 음악을 만들어냈을까요? 아코 골덴벨드의 2011년도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 졸업작품 '시티 뮤직'입니다. 

2007-02-22 | 벨크로의 힘

특정 제품의 이름인 고유 명사가 그런 물건 일반을 통칭하는 보통 명사가 되기도 합니다. 벨크로도 그런 경우죠. 생활 속 익숙한 물건이 된 벨크로는 또 생체모방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2007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아트리움은 벨크로에 습격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신진 디자이너 루이스 에슬라바는 이 저렴하고 익숙한 물건으로 조명과 벽장식을 선보이며 여러 모로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2007-06-07 | 2012 런던 올림픽 로고 공개

2012 올림픽을 5년 앞둔 2007년, 런던 올림픽의 로고가 공개되었습니다. 울프 올린스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영국 하면 떠오르는 어떤 상징과도 결별한 채, 2012라는 숫자를 도형 삼아 뉴 레이브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게다가 로고의 홍보 영상이 감광성 간질을 유발하는 사태도 벌어졌죠. 하지만 로고는 꿋꿋이 버텨, 5년 뒤 올림픽 현장을 장식했습니다. 

2009-09-29 | 노마 바의 IBM 광고 일러스트레이션

이스라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노마 바는 무엇보다도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활용하기로 유명합니다. 2009년에 출간한 작품집의 제목도 <네거티브 스페이스>였을 정도로요. 대상과 배경이 서로 자리 바꿈하며 펼치는 이중주. 여기 IBM을 위한 광고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노마 바의 장기가 유감 없이 발휘됩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