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약 100년의 시간선 위에 각기 자리한 네 대의 탁상형 인쇄 기계를 지나 한 권의 책이 태어납니다. 왕립예술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 & 디자인을 전공한 자비에 앙탱이 졸업작품으로 선보인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입니다.
네 대의 탁상용 프린터들이 일렬로 사열해 있다. 멀리는 1880년대부터 가깝게는 1976년대까지, 탁상용 프린터의 역사에서 선택된 프린터들은 각각 한 가지 색상만을 전담한다. 스텐실 복사기(Stencil duplicator, 1880)에는 마젠타, 스피릿 복사기(Spirit duplicator, 1923)에는 사이언, 레이저 프린터(1969)에는 블랙, 잉크젯 프린터(1976)에는 옐로우가 배정되었다. 네 대의 프린터와 네 가지 색상. 이로써 한 권의 책을 인쇄하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디자이너 자비에 앙탱(Xavier Antin)의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Just in Time or A Short History of Production)’는 출판 과정과 제작 규모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 “재생산과 배급을 콘텐츠의 연장으로 사고하면서, 즉석(ad-hoc) 출판의 내러티브적 잠재력을 탐색하고자 했다”는 것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작품을 통해 그는 대규모와 소규모, 표준화된 도구와 핸드메이드 아마추어 작업 등 “역사적으로 경제적인 생산 모델”들을 탐색한다.
서로 다른 색상과 기술을 통과해 완성된 한 권의 책. 책은 총 100부가 인쇄되었다. ‘적기 혹은 생산의 소역사’는 자비에 앙탱의 졸업작품으로서, 작년 영국 왕립미술학교(RCA)의 여름 졸업전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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