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 | 디터 람스의 ‘620 체어 프로그램’ 재탄생

Editor’s Comment

언제부터인가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오래된 시계, 전축 시스템, 의자, 선반이 어느 집, 어느 카페 사진 속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디터 람스의 이름과 떼놓을 수 없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그가 40년을 몸담았던 브라운과 더불어, 비초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 그러니까 비초에가 비초에+차프였던 시절에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선반, 의자, 테이블은 비초에라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무엇이 되었지요.   

디터 람스가 디자인 한 모던 클래식 ‘620 체어 프로그램(620 Chair Programme)’의 리메이크 버전이 출시되었다. 오리지널을 만들었던 비초에(Vitsœ)에서 되살린 것이니, 리메이크라기보다는 리바이벌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겠다.

620 체어 프로그램’은 1962년 비초에를 위해 처음 디자인된 것으로, 1966년 로젠탈 스튜디오 프라이즈와 1969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 가구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그 후로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화이트채플 갤러리 등, 여러 세계적인 미술관/갤러리에서 전시되면서 모던 클래식의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말끔한 선과 균형 잡힌 디자인, 다양한 변형 가능성, 꼼꼼한 제작 과정으로 대표되는 ‘620 프로그램’. 이 의자는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냄으로써 단순한 의자 이상의 무엇이 되었다. 의자를 붙이면 소파가 되고, 낮은 등받이는 높은 등받이로 바꿀 수가 있으며, 의자 아래의 회전판은 바퀴나 일반 다리로 교체할 수도 있으니, 과연 편의를 위한 헌신적 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풋스툴의 활용도가 무한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천이나 가죽 커버도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을 위해 비초에 측은 디터 람스와 함께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며, 오리지널 툴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다시 태어난 ‘620 체어 프로그램’의 런칭과 때를 맞춰, 지난 11월 1일 ‘아트 오브 리즌(Art of Reason)’ 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뉴욕 모스 갤러리에서 열려, ‘620 체어 프로그램’과 또 하나의 대표작 ‘606 유니버설 선반 시스템’을 대비하며, 디터 람스의 명료하고 이성적인 디자인 세계를 조명했다. 

https://www.vitsoe.com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Designs for the Pluriverse: Radical Interdependence, Autonomy, and the Making of Worlds

무엇 무엇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제목을 붙인 책이 한 둘인가. <사회를 위한 디자인>, <인간을 위한...

V&A, 전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에서 앨리스 기획전 ‘앨리스의 호기심(Alice: Curiouser and Curiouser, 2021. 5. 22....

2011-10-28 | 헬프의 새 포장 디자인

의약품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까요. 헬프라는 이름의 제약 회사는 많은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포장, 평문으로 된 증상을 강조한 제품명처럼 말이죠. 2011년 헬프는 “테이크 레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미니멀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되 시각성을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요. 

2008-01-04 | 허구의 디자인에 주목하라

제품이 되기 위한 전 단계로서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전면화한 가상 또는 허구의 디자인. 2008년, 코어77의 수석 에디터 앨런 초치노프는 생산가능성과 무관한 상상과 아이디어를 담은 디자인 혹은 사물의 개념에 집중하여 그 자체를 소비의 대상으로 담은 디자인을 모두 아울러 ‘프로토타이핑’이라 부르며, 그러한 허구의 디자인에 담긴 가능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