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언제부터인가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오래된 시계, 전축 시스템, 의자, 선반이 어느 집, 어느 카페 사진 속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디터 람스의 이름과 떼놓을 수 없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그가 40년을 몸담았던 브라운과 더불어, 비초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60년대, 그러니까 비초에가 비초에+차프였던 시절에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선반, 의자, 테이블은 비초에라는 브랜드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무엇이 되었지요.
디터 람스가 디자인 한 모던 클래식 ‘620 체어 프로그램(620 Chair Programme)’의 리메이크 버전이 출시되었다. 오리지널을 만들었던 비초에(Vitsœ)에서 되살린 것이니, 리메이크라기보다는 리바이벌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겠다.
‘620 체어 프로그램’은 1962년 비초에를 위해 처음 디자인된 것으로, 1966년 로젠탈 스튜디오 프라이즈와 1969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 가구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그 후로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화이트채플 갤러리 등, 여러 세계적인 미술관/갤러리에서 전시되면서 모던 클래식의 명품으로 자리잡았다.
말끔한 선과 균형 잡힌 디자인, 다양한 변형 가능성, 꼼꼼한 제작 과정으로 대표되는 ‘620 프로그램’. 이 의자는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냄으로써 단순한 의자 이상의 무엇이 되었다. 의자를 붙이면 소파가 되고, 낮은 등받이는 높은 등받이로 바꿀 수가 있으며, 의자 아래의 회전판은 바퀴나 일반 다리로 교체할 수도 있으니, 과연 편의를 위한 헌신적 의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풋스툴의 활용도가 무한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천이나 가죽 커버도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을 위해 비초에 측은 디터 람스와 함께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며, 오리지널 툴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다시 태어난 ‘620 체어 프로그램’의 런칭과 때를 맞춰, 지난 11월 1일 ‘아트 오브 리즌(Art of Reason)’ 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뉴욕 모스 갤러리에서 열려, ‘620 체어 프로그램’과 또 하나의 대표작 ‘606 유니버설 선반 시스템’을 대비하며, 디터 람스의 명료하고 이성적인 디자인 세계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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