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전후 영국 그래픽 디자인 세대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었던 앨런 플레처가 2006년 9월 21일 타계했습니다. “디자인이란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던 그는, 시인 칼 샌드버그가 했던 말이자 1995년 그가 포스터에 담았던 말을 입은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내 길을 가고 있다.”
9월 21일, 영국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가 오랜 암투병 끝에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디자인 비평가 스티븐 헬러는 <뉴욕타임즈>에 앨런 플레처의 전 생애에 걸친 디자인 활동상과 그의 철학을 담은 회고록을 실었다.
193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난 앨런 플레처는 5세에 런던으로 이주,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한 후 예일대학에서 폴 랜드와 조셉 알버스에게 수학했다. 1950년대 말 런던으로 돌아와 콜린 포브스, 밥 길과 함께 ‘플레처/포브스/길’을 설립하면서 <타임>, <라이프>, <보그> 매거진을 주요 클라이언트로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2년, 두 명의 파트너를 더 영입하여 ‘펜타그램’사을 설립하면서 명실공히 국제적인 디자인회사로 거듭났다. 펜타그램은 70-8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으로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1991년 플레처는 다시 노팅힐의 소규모 스튜디오로 복귀, 파이돈 출판사 등의 일을 하며 말년을 보냈다.
앨런 플레처는 흔히 영국의 밀튼 글레이저로 불리곤 한다. 영국의 국제통신사 로이터,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과 함께 일해온 이유도 클 것이다. 또 플레처는 분명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후 영국 모더니즘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경쾌한 스타일을 만들며, 유럽의 모더니스트 전통과 새로운 팝 문화를 성공적으로 융합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시대를 초월하는 앨런 플레처 스타일은 펀치로 구멍을 뚫은 듯한 로이터의 로고와 런던 이층 버스에 광고로 사용된 피렐리 타이어의 홍보 포스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로이터 로고는 1968년 제작된 이후 1996년까지 변함없이 사용될 정도로 저력을 과시했다.
앨런 플레처는 시각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서 두 가지 효과를 끌어내는, 일명 ‘시각적 마인드게임’의 창시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여러 저작물에 반영되어 있는데, 특히 <The Art of Looking Sideways> (파이돈, 2001)는 수 백 명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사상가의 말과 생각을 담은 방대한 역작으로 기록된다.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플레처는 자신의 포스터에 나온 한 글귀 – “내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다” 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굳건한 소명을 안고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이 시대의 그래픽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의 두 번째 전기 <Picturing and Poeting>이 오는 11월 파이돈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그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11월 11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릴 앨런 플레처의 회고전에서는 최근 플레처가 기증한 아카이브가 공개된다.
<The Art of Looking Sideways> (파이돈, 2001) 앨런 플레처 첫 번째 전기 <Beware Wet Paint> (파이돈, 2004)
[New York Times] 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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