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7 | ‘대즐’ 무늬의 귀환

Editor’s Comment

선박 보호를 위한 전쟁용 위장무늬가 요트의 장식이 되어 귀환했습니다. 이름하여 ‘대즐 위장’이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입니다. 영국의 미술가 노먼 윌킨슨이 발명한 이 무늬는 대조적인 색상의 기하학적 도형들이 이루는 과감한 패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보통의 위장 무늬가 주변 환경과의 동화를 도모한다면, 대즐의 목표는 시각을 교란하는 데 있습니다. 바다 위에서 바다를 흉내내는 대신, 적이 나를 보더라도 타격을 어렵게 하는 것이죠. 배의 크기, 이동 속도, 항해 각도 등 공격에 필요한 정보를 오로지 시각에 의존해 파악하던 당시에, 대즐은 유효한 위장술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대즐 무늬가 12대의 한정판 요트에 재등장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의 결합으로 장식의 매혹적인 지평을 연 디자이너 마리안 반체스[1]에 의해서요. 

지지난 주 소개했던 ‘월페이퍼* 핸드메이드’ 컬렉션 가운데에는 요트도 포함되어 있다. 레이저 퍼포먼스 사의 ‘레이저 요트(Laser Sailboat)’가 그것이다. 이 요트는 그래픽 디자이너, 마리안 반체스(Marian Bantjes)가 디자인한 과감한 그래픽으로 뒤덮여 있다. 그녀는 “바람, 물 등등과 어울리는 유기적인 형태를 피했다”고 말한다. 물과는 관계 없는 착시의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그녀가 참조한 것은, 바로 대즐(dazzle) 위장무늬 패턴이다. 

에드워드 와즈워스(Edward Wadsworth), ‘리버풀 건선거(dry dock)에 정박된 대즐 무늬 함선들’, 1919 
via Wikimedia Commons

대즐 또는 래즐 대즐(razzle dazzle)이라고도 불리는 이 위장무늬는 세계 1, 2차 대전 해군이 채택했던 패턴을 뜻한다. 당시의 배들은 대조적인 컬러의 기하학적 무늬를 입고 있었다. 과연 이것이 위장이라는 목표에 타당할까 싶을 정도로 과감한 패턴이지만, 실제로 대즐이 취한 전략은 은폐라기 보다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었다고. 마리안 반체스는 요트에 바로 이 군사적 무늬를 다시 가져왔다. 

마리안 반체스의 그래픽을 입은 ‘레이저 요트’는 12대만 한정 생산되었으며, 가격은 한화로 1,800만원 수준으로, <월페이퍼*>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www.bantjes.com

via core77

ⓒ designflux.co.kr


[1] 표기 수정: 마리안 반티에스 -> 마리안 반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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