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에 완성된 ‘단 한 장’의 의자

1934년 헤리트 리트벨트는 단 하나의 나무 조각으로 의자를 만들겠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선구적인 실험 작업 ‘지그재그 의자’를 선보였다. 그 후 한 세대가 지난 1967년에 베르너 팬톤은 플라스틱을 소재로 일체형 의자를 만들었고, 2021년, 올해 드디어 재스퍼 모리슨은 ‘원-피스(one-piece)’ 목재에 대한 열망을 다시 되살려, 90년 전 리트벨트가 열망했던 ‘단 한 장’의 꿈을 구현해냈다.

이소 라운지, 2021. © Jasper morrison

재스퍼 모리슨의 새 의자 디자인 ‘이소 라운지(Iso-lounge)’는 이번 2021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공개되었다. 영국의 가구 업체 이소콘 플러스(Isokon Plus)에서는 가구 제작 기술력을 총 동원하여, 무늬목 합판 ‘단 한 장’ 만으로 캔틸레버 형태(외팔보 형식)를 구현함으로써 오랜 가구 디자인의 꿈을 현실화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캔틸레버 의자는 불안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실제 구조는 안정되게 설계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앉은 이를 편안하게 지지해준다. 실용성과 심미성을 겸비한 이 의자는 재스퍼 모리슨과 이소콘 플러스 팀이 런던에 위치한 기업의 워크숍에서 18개월 이상 개발에 몰두한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이것은 현재 가능한 최고의 기술을 적용하여 합판 소재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결과물이다.

(좌) 의자에 사용되는 무늬목 합판, (우) 합판 성형 과정, 2021. © Isokon Plus

“의자를 디자인할 때, 이소콘 플러스의 로고, 제럴드 서머스의 라운지 의자, 헤리트 리트펠트의 지그재그 의자에서 보이는 흐르는 듯한 일체형의 합판을 떠올리면서 진행했다. 또 2007년에 디자인한 코르크 의자에 적용했던 좌판, 등받이의 높이와 각도가 이 의자에도 담겨 있다. 이 의자에서는 구조와 라인, 비율, 편안함이 무엇보다 큰 도전 과제였지만 이소콘 플러스의 얇은 합판 성형 기술이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모리슨은 전반적인 디자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isokonplus.com
jaspermorrison.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8-10-20 | 필름 카메라의 귀환

무엇인가가 주류로 부상할 때, 그것에 의해 밀려난 것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 시기와 클래식 카메라, 로모, 토이 카메라 등이 인기를 누린 시기가 비슷했던 것처럼요. 2008년 일본의 슈퍼헤즈가 내놓은 ‘블랙버드, 플라이’도 그러한 맥락에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2009-04-06 | 2010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신종바이러스의 시간을 지나며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가상으로 전환된 지금, 사상 최대의 규모를 도모했던 2010년의 상하이 엑스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뉴스로 오르내린 영국의 국가관 소식을 돌아봅니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섬모형 매스의 파빌리온 ‘씨앗 전당’입니다.

2010-10-06 | 홈메이드가 최고

이케아의 주방용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요리책. <홈메이드가 최고>는 스웨덴 전통 베이커리 30가지의 조리법을 담은 책입니다. 캠페인을 맡은 광고회사 포르스만 & 보덴포르스는 시각적으로 색다른 요리책을 선보였습니다. ‘하이패션이나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그런 사진들이 가득한 책을요. 

2009-04-19 | 브랜드로서 케이트 모스

2007년 패스트패션 브랜드 톱숍이 ‘케이트 모스’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 이름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해졌지요. 디자이너 피터 사빌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가 찾은 답은 반세기도 전에 태어난 오래된 서체, ‘알-브로’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