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6 | 영수증 다시 보기

Editor’s Comment

2011년 〈아이콘〉 매거진 97호에서 ‘다시 생각해 본’ 대상은 영수증입니다. 보통은 들여다 볼 일 없는 이 작은 종이 조각을, 런던의 디자인 컨설턴시 버그는 정보 매체로 보았습니다. 버그가 디자인한 가상의 식당 영수증에는 응당 담겨야 하는 정보 외에도, 꼭 필요하지 않아도 읽어볼 만한 거리들이 담겨 있습니다. 가령 당신이 먹은 음식이 하루 중 언제 가장 잘 나가는지, 영양성분은 어떤지, 또 식당 주변의 가볼 만한 전시 정보라던지요. 

그러고 보니, 버그의 영수증은 이듬 해 나온 그들의 대표작인 ‘리틀 프린터’를 연상시킵니다. 정말로 영수증용 감열지 위에 문자 메시지부터 할 일 목록, 뉴스, 십자말 풀이, 만화 등등을 내 마음대로 구성하여 출력할 수 있었던 작고 귀여운 커넥티드 프린터였지요. 참고로 버그는 2014년 문을 닫았고, ‘리틀 프린터’는 졸지에 디스커넥티드 기기가 되고 말았지만, 애용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2019년 노드 프로젝트를 통해 부활하였습니다. 

생활 속 익숙한 디자인을 다시 생각해 보다. <아이콘 ICON>매거진의 ‘재고(Rethink)’ 는 매번 다른 디자이너의 ‘다른’ 디자인 제안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 코너를 통해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빌드(Build)의 말보로 담뱃갑,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의 영국 여권 등 여러 가상의 디자인들이 등장하였다. <아이콘> 97호의 ‘재고’ 대상은 영수증이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버그(Berg)가 영수증 다시 보기에 나섰다. 

영수증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영수증을 들여다 보는 경우란 특별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도이다. 버그는 일 없이도 재미있게 살펴볼 만한 영수증을 생각하였다. 버그는 ‘재고’ 코너를 통해 가상의 식당 영수증을 선보였다.

영수증의 상단에는 영수증 철을 위한 여백과 영수증의 핵심정보가 적혀 있다. 사용 일자, 사용 카드, 사용 금액 등의 기본 정보들이다. 덕분에 영수증을 정리한 뒤 영수증의 핵심 정보들을 빠르게 훑어 볼 수 있다. 그 아래로는 ‘부가적인’ 정보들이 이어진다. 반쯤은 재미있고 반쯤은 유용한 정보들로, 주문한 메뉴가 언제 가장 많이 팔리는지 또 주문한 음식의 칼로리와 하루 권장섭취량 대비 비율과 같은 내용들이다. “여전히 이 근처에 계실 건가요?” 라는 항목에서 알려주는 식당 근처의 전시회 정보도 흥미롭다.

영수증의 하단의 체크박스를 이용하면, 향후 영수증의 정보 구성을 맞춤화할 수 있다. 이벤트와 뉴스 정보는 물론 심지어 구글 캘린더 일정까지도 영수증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영수증에서 종이 앱(paper app)으로.” 버그는  종이 영수증이라는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동시에 유용한 정보 매체로서의 영수증을 제안하였다.

www.berglondon.com
www.iconeye.com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9-08 | 폴 스미스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포스터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영국 개봉을 앞두고, 특별한 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한정판 영화 포스터들이 그것입니다.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이 된 1970년대의 런던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폴 스미스는 연출을 맡은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런 인연으로 네 장의 특별한 폴 스미스 디자인 포스터가 탄생했습니다.

디자인스토리 | 2009 | 타미네 자반바크트와의 대화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초청으로 아르테니카(Artecnic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월 16일, 디자인플럭스는...

2011-04-22 | 공작연맹아카이브 – 물건박물관

베를린에는 평범한 물건들의 박물관이 있습니다. 공작연맹 아카이브 – 물건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박물관의 중심에는 1907년 결성된 독일공작연맹의 산물과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대 공작연맹의 실천 영역이었던 일상 생활과 상품 사회에 대한 관심을 동시대로까지 확장하죠. 가령 올 1월 1일 개막한 ‘위기’ 전시에서는 40년대의 방독면부터 오늘날의 일회용 마스크, 박제 박쥐, 비누, 플레이모빌의 간호사 인형 등의 다양한 위기의 사물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2011-07-25 | 전쟁의 창: 소비에트 타스 포스터 1941-1945

1941년 독일이 불가침 조약을 깨뜨리며 소비에트를 침공하면서, 장장 4년의 독일소련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길고 참혹한 전쟁은 전선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 뒤에서도 치열한 이미지 전쟁이 펼쳐졌지요. 2011년 시카고미술관에서 열린 ‘전쟁의 창: 소비에트 타스 포스터 1941-1945)’는 포스터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에트의 “대조국전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