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음악이나 영화처럼 디자인을 내려받는다면. 2011년 드로흐가 ‘다운로드용 디자인’을 위한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생산 도구부터 판매 방식까지, 디자인을 둘러싼 환경이 디지털화되었다면, 아예 이를 겨냥해 그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이제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는 웹사이트 링크가 말해주듯, 드로흐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10년 전 제안된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의 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1974년 엔초 마리(Enzo Mari)는 ‘자급자족 디자인(Autoprogettazione)’[i]이라는 이름으로 DIY 가구 설명서를 배포했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와 유사하게 완제품이 아닌 디자인 청사진을 판매한다. 제품에서 아이디어, 디자인만이 추출되어 상품이 되고, 제작은 소비자의 몫이 되는 식이다.
드로흐(Droog)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말 문을 열 www.make-me.com은 ‘다운로드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플랫폼이다. 오픈 디자인과 디지털의 가능성을 토대로, 디자이너와 제조사,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것이 드로흐와 미디어길드(Mediagilde)의 목표다.
제품 디자이너,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학교 및 기관들이 플랫폼에 참여, 각자의 디자인 청사진을 판매할 것이다. 다운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디자인들이 판매된다. 여기에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화의 길도 열려 있다.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해당 디자인의 내용을 직접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최종 결정되었다면, 남은 것은 이제 제작이다. 소비자가 직접 제작에 도전할 수도, 혹은 지역의 제조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플랫폼의 또 다른 축은 제조사들이다. 소규모 공방, 3D 프린팅 전문 업체 등 지역 제조사들의 네트워크 역시 구축될 것이다.
드로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에서 제조, 배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개입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려 한다. “디자인을 디지털 영역으로 이끌게 되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열린다. 그저 운송이나 보관 상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 접근 방식, 혁신적인 디지털 디자인 도구, 온라인 쇼핑 경험, 배급 참여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불러온다.” 또한 그것은 드로흐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열린 ‘다운로드를 위한 디자인(Download for Design)’은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을 예시하는 자리였다. 이벤트아키텍처(EventArchitectuur), 미날레-마에다(Minale-Maeda)가 디자인한 CNC 컷 탁자와 책상, 수납장, 그리고 3D 프린터로 제작된 전원 소켓 등이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다. 더불어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디지털 디자인 도구들도 함께 선보였다. “프로세스의 핵심은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더 많은 선택지들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벤트아키텍처의 설명이다.
미날레-마에다, ‘워너비(Wanna-be)’ 옷장 미날레-마에다, ‘가상의 화원(Virtual florist)’ 미날레-마에다, ‘인사이드아웃’ 가구
all photos by Davide Lova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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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번역 수정: 자가디자인 -> 자급자족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