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배양액 속 박테리아가 섬유를 자아내고 그것들이 엉겨 막을 이룹니다. 그리고 이 미세 섬유질의 막이 모여 천이 되죠. 모두가 실험실에서 단 몇일 만에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수잔 리의 ‘바이오쿠튀르’는 막대한 인력과 자원과 환경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의류의 한 가지 미래를 앞당겨 보여준 프로젝트였습니다. 현재 그는 바이오패브리케이트(Biofabricate)의 대표로, 바이오원료 기술과 패션은 물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미술대학의 선임 연구원 수잔 리(Suzanne Lee)는 ‘바이오쿠튀르(BioCouture)’라는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천을 ‘배양’하는 데 있다. 미생물을 활용한 바이오 텍스타일을 패션의 질료로 삼으려는 것이다.
‘용액 용기에서 출현하는 옷.’ 바이오쿠튀르라는 개념은 수잔 리의 책 <미래의 패션을 짓다: 내일의 옷Fashioning the Future: Tomorrow’s Wardrobe>에서 시작되었다. 특정 박테리아는 발효과정에서 미세섬유를 만들어낸다. 설탕을 섞은 녹차 용액에 박테리아 셀룰로스가 섞인 배양지를 넣고 여기에 이스트와 기타 미생물들을 첨가한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설탕을 먹이 삼아 활동하며, 가느다란 순수 셀룰로스 실을 잣게 된다. 실들이 서로 달라 붙어 용액 위에 막을 이루는데, 약 2~3주의 시간이 지나면 두께가 약 1.5cm 정도가 된다. 바로 이 막이 바이오쿠튀르의 텍스타일이다. 막을 곧바로 입체 틀에 붙여 모양을 잡거나 혹은 건조시켜 평평하게 만들어, 의상의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
결과물은 일종의 가죽, 그러나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의 가죽이라는 인상을 준다. 얇고 투명한 가죽 또는 껍질의 느낌이 든다. 안전하면서도 가죽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 더 나아가 의류 산업을 둘러싼 환경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버릴 때도 안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바이오쿠튀르의 장점이다. 수잔 리의 바이오쿠튀르는 아직 실험적 프로토타입 단계에 있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www.biocouture.co.uk
+ https://www.biofabricate.co
ⓒ designf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