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4 | 토비아스 웡, 사망

Editor’s Comment

2010년 5월 30일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갑작스런 비보는 충격과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전유를 방법론 삼아 이른바 ‘기생개념적’ 작업을 전개한 그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뒤샹이 되고 싶은 디자이너”라 불렀습니다. 2002년 그는 제니 홀저에게 다가가 오른팔을 내밀며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라는 그 유명한 문장을 적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를 문신으로 새겨 몸에 남겼고요. 결국에는 그가 원한 것에서 그를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토비아스 웡의 부고 소식입니다.

‘문신’, 2002, 제니 홀저 씀

지난 일요일[1], 디자이너 토비아스 웡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 나이 35세. <뉴욕타임스>는 “맨해튼 검시국이 그의 사인을 자살로 판정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그를 떠나 보내는 이들의 슬픔도 깊다. 여러 디자인 매체들이 그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토비아스 웡은 캐나다 밴쿠버 출신으로, 토론토 대학에 이어 쿠퍼 유니언에서 공부한 후, 뉴욕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해 왔다. 많은 이들이 그의 2001년작 ‘이것은 램프다(This is a Lamp)’를 기억한다. 필립 스탁의 의자를 조명으로 바꿔버린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도발과 역설의 디자인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권총 모양으로 잘라 버린 카림 라시드의 책(<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기존의 아이폰에 노래와 주소록 등을 미리 담아 제 제품으로 삼아 버린 ‘cc폰’, 디자인 제품들로 가득 차 있으나 결코 들어갈 수 없었던 상점, ‘잘못된 가게(The Wrong Store)’…

그의 작업은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인 상과는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가 디자인하면 떠올리는 상에 ‘대한’ 디자인을 하였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예술과 디자인의 구분이 그의 활동에 별 무소용이었듯, 디자인 주류와 주변의 경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자신의 말처럼 “모형이나 시제품을 만들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물건도 분명 만들지 않는” 사람이 디자인 제도의 굵직한 축인 대형 전시 이벤트[2]의 디렉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코어77>은 토비아스 웡의 타계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아릭 첸(Aric Chen)의 글을 인용해 실었다. 그가 동료이자 절친했던 친구였던 ‘토비’에게 보내는 송사이기도 하다. 

“작업을 통해 웡은 이제는 동시대 문화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의 상당 부분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다다 그리고 특히 플럭서스의 영향 아래, 그는 전유를 통해 작가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의 욕망과 부조리에 거울을 들이밀었고, 디자인과 예술, 귀중한 것과 시시한 것의 위계를 뒤집었으며, 협업과 큐레이팅을 창조적인 실천으로 재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기생개념적(paraconceptual)’[3]이라 부른 틀에서 작업하며, 웡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디자인의 모든 것을 재평가하였다. 생산, 심리적 공명, 미학적 기준, 유통의 수단, 출처에 대한 애착, 맥락화, 제시 방식 모두를 말이다. 웡은 예리한 관찰자였고, 독창적인 정신의 소유자였으며, 뛰어난 장난꾸러기였고, 정확한 감각을 지닌 친구였다.”[4]

via core77

ⓒ designflux.co.kr


[1] 2010년 5월 30일

[2] 토비아스 웡은 아릭 첸과 공동으로 2008년과 2009년 100% 디자인 상하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3] 번역 수정: 패러콘셉추얼 -> 기생개념적

[4] 인용부 번역 전반 교정, 디자인붐 출처 기사 이미지 제거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10-21 | 던지세요

어제에 이어 또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던지는’ 카메라죠. 베를린 공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요나스 페일은 36개의 카메라 모듈을 내장한 공 모양의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생김새가 지시하는 대로 카메라를 공중으로 던지면, 36개의 모듈이 동시에 사진을 촬영해 완벽한 파노라마 사진을 완성하죠.

디자인스토리 | 2009 | 타미네 자반바크트와의 대화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초청으로 아르테니카(Artecnic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미네 자반바크트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월 16일, 디자인플럭스는...

2007-05-11 | 제로 시티

오일 머니가 가능케 한 탄소 제로 폐기물 제로의 도시. 2007년 UAE가 발표한 ‘마스다르 시티’입니다. 아부다비 공항 5분 거리에 세워진 이 신도시는 태양열 발전과 같은 현대의 클린 에너지 기술과 중동의 오랜 쿨링 건축 기법인 윈드 타워가 공존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에 대중교통과 소형궤도차, 보행, 자전거 타기를 장려하는 도시로 계획되었습니다. 2007년 포스터+파트너스의 마스터플랜이 공개되고 2008년 착공에 들어간 마스다르 시티는 본래 2020년 완공을 계획하였으나, 2018년 기준으로 25%가 완성된 상태로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2008-07-07 | 잔디 사진

헤더 애크로이드와 댄 하비는 자연을 매체로 삼은 작업으로 유명한 미술가 듀오입니다. 특히 잔디를 이용한 사진 작품들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청사진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잔디의 감광성을 이용해 잔디판 위에 사진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2008년 두 사람은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십의 광고 캠페인에 참여하여 잔디 사진들을 선보였습니다. 잔디 코트의 윔블던과 잔디 사진의 애크로이드 & 하비. 잔디는 그야말로 절묘한 매개체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