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1995년 처음 열린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가 벌써 26차를 지났습니다. 지난 11월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COP26은 그러나 기대 이하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라는 목표는 감축으로 완화되었고, 결국 탈석탄 성명에는 미국, 인도, 중국, 호주, 일본 등 석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서명이 빠졌습니다. 문제는 초국가적인데 해결의 단위는 국가라는 점이 문제일까요? 2009년 COP15의 ‘실패’에 관해 OMA의 레이니어르 더 흐라프는 그렇다고 보았습니다.
OMA의 싱크탱크 AMO의 디렉터가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의 실패 원인을 이야기한다. 레이니어르 더 흐라프(Reinier De Graaf)는 단언한다. “백 번의 코펜하겐 회의도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12월 22일자, <비즈니스 데이>와 <데 페르디핑 트라우>에 동시에 게재된 이 글에서, 그는 COP15의 실패가 인식이나 도덕성의 부족으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진적인 새 시스템이 아니라,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갈등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재평가하는 일이다.”
COP15의 실패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부족이나 지도자들의 위선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개별 국가와 경제 단위로 파편화된 우리의 시스템이 문제라고 더 흐라프는 말한다. “각자 상대가 먼저 행동을 취하기를 기다리는 집단적인 마비 상태 속에서, ‘신념의 도약(leap of faith)’이란 가장 어려운 일이다.”
COP15는 전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정치적 의사결정 능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 자리었다. 하지만 CO2 배출 산업에 의존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규제해야만 하는 국가 단위에,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국가들은 자국의 시장 보호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우리의 시장은 CO2 배출에 의존하며, 개별 국가들은 시장을 보호하려 한다.” 레이니어르 더 흐라프는 ASEAN, EU처럼 이미 존재하는(더불어 UN보다는 작은) 초국가적 단위를 사례로 든다. 단일 통화, 시장 규제와 같은 문제들을 처리해 온 몇몇 초국가적 인프라를 기후 변화 문제에도 가동하자는 것.
“초국가적인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은 국가 단위 이상의 큰 틀에서만 달성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 단위를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다.”
[OMA] A hundred Copenhagens could not bring the changes we need
ⓒ designf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