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 얼마나 먼 길을

Editor’s Comment

멀리 노르웨이에서 잡힌 고등어가 비행기를 타고 금세 이곳까지 날아옵니다. 원산지와 판매지의 거리는 이제 신선 식품의 경우에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놀라운 거리와 속도의 편의를 마음 편히 누릴 수만은 없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단어가 기후 위기가 된 지금에는 더더욱요. 식품 포장에 원산지와 이동 거리를 표기한다면. 2009년 디자이너 제임스 레이놀즈가 제안했던 ‘파 푸드’를 되돌아봅니다.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를 지나다 보면, 이 식품들의 기나긴 여정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싱싱해 보이는 포도 한 송이가 때로는 지구 반바퀴를 돌아 오며, 주홍빛 연어의 고향은 알고 보면 저 먼 북극해이다. 제철과일에 대한 감이 사라진 것은, 바로 이 거대한 여정의 결과다. 그리고 이 편의의 이면에는 쌓여가는 탄소배출량이 자리잡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로컬 푸드’를 선택하는 이유인 것이다. 

슈퍼마켓 식품을 위한 대안적인 패키징 디자인. 제임스 레이놀즈(James Raynolds)의 ‘파 푸드(Far Food)’는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식품의 원산지와 이동 거리를 제품 라벨에 큼직하게 표시한 것이다. “원산지: 볼리비아. 6,258마일을 이동했음.” “이 토마토는 항공편과 대형 트럭으로 6,866마일을 이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5,100g의 탄소가 대기에 방출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정보들이 제품 라벨은 물론, 영수증에도 표시된다. 여행이라는 모티프에 근거해, 영수증은 비행기표 스타일로 디자인되었고 절취선까지 들어 있다. 

‘파 푸드’는 이처럼 음식이 지금 이 곳에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환기시킨다. ‘파 푸드’의 디자이너 제임스 레이놀즈는 킹스턴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1]

www.jwgreynolds.co.uk
https://www.james-reynolds.com

via designboom

ⓒ designflux.co.kr


[1] 기사 이미지 전체 교체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5-20 | 실패에 대한 두려움

2011년 스웨덴의 베리스 커뮤니케이션 스쿨이 졸업전시회를 선보이며 내건 표제는 다름아닌 ‘실패’였습니다. “실패 좀 하면 어때. 누구나 다 실패를 겪어. 핵심은 이거지. 실패가 무섭지 않다면 무얼 해보고 싶어?” 그리고 각계 분야에서 이미 수많은 실패를 겪었고 또 두려움을 이겨냈을 12인의 인사들의 입을 통해 그러한 메시지를 전했죠.

2011-08-25 | 베이루트 전시 센터 아이덴티티 디자인

지금은 문을 닫은 베이루트 전시 센터는 레바논을 비롯해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영리 기관이었습니다. 센터의 아이덴티티는 두 개의 언어로 이뤄져 있었으니, 아랍어와 영어입니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은 메리 슈에이터는 두 가지 언어 각각의 타이포그래피 규칙을 모두 다듬어, 어느 한 언어의 문자가 다른 한 쪽에 억지로 순응하지 않도록 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 아이덴티티의 간판 버전은 센터의 건축 디자인과도 연결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죠. 

태양열 집열판 디자인: 2020 두바이 엑스포

2020 두바이 엑스포(2021.10.01 - 2022.03.31)의 네덜란드관은 디자인 스튜디오 마르얀 판 아우벌(Marjan Van Aubel)이 디자인한...

2010-05-13 | ‘모어’는 지루해

“미니멀리스트 그래픽 아트”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2010년 열린 ‘모어 이즈 어 보어’ 전시는 단순과 절제의 형태 언어를 구사하는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모어가 아니라 레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활기와 즐거움을 담은 작품들을요.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