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9 | 브랜드로서 케이트 모스

Editor’s Comment

2007년 패스트패션 브랜드 톱숍이 ‘케이트 모스’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이를 위해 ‘브랜드 이름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해졌지요. 디자이너 피터 사빌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가 찾은 답은 반세기도 전에 태어난 오래된 서체, ‘알-브로’였습니다.

다음 달이면 전 세계 톱숍 매장에서 브랜드 명으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워너비들을 지닌 패션 아이콘과 패션 브랜드의 만남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이름이 브랜드의 이름으로 변모하는 과정,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케이트 모스가 지닌 독특한 지위란, 그녀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워서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일종의 불완전함이었다(가령 우리는 모델로서 너무 작은 키, 여성미를 드러내기에는 너무 마른 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케이트 모스를 브랜드화 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독특한 지점들을 부각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리뷰에 ‘케이트 모스가 브랜드 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흥미로운 리포트가 게재되었다. 장식미가 깃든 복고적인 서체로 쓰여진 ‘Kate Moss’ 로고는, 그래픽 디자인 계의 거장 피터 사빌(Peter Saville)과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Paul Barnes)의 공동 작품이다. 

피터 사빌은 “케이트 모스라는 아이덴티티에 관한 수많은 표현물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절실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비단 톱숍과의 협업으로 구체화된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그녀가 운영하는 모델 에이전시 스톰(Storm)의 대외 활동과도 연관되어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작업을 위해 피터 사빌은 그녀의 서명을 로고화해볼까 하는 아이디어를 실험해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결국 알맞 서체를 찾아보기로 결정한 후, 타이포그래퍼 폴 반즈를 찾아갔다. 이 두 사람은 한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Kate’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폰트들은 상당히 많았다. 문제는 ‘Moss’였다. “Moss는 모스 브라더스, 내셔널 트러스트 토지 운동 등 엉뚱한 뜻을 연상시키며 본래의 의미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폴 반즈는 과거 언젠가 작업에 사용해 보리라 기억해두었던 한 서체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1934년부터 57년까지 <하퍼스 바자>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던 전설적인 인물) 알렉세이 브로도비치(Alexey Brodovitch)가 디자인한 서체가 그것이다. 폴 반즈는 “장난 삼아 한 번 이 서체를 써봤는데, 실제로 결과가 상당히 괜찮았다. 기교가 많으면서도 여전히 모던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케이트 모스 개인이 지닌 어떤 특징과 유사했다.” 그리고 케이트 모스 역시 20개의 시안 중에 숨어 있던 이 디자인을 단번에 선택하였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예요.”

브랜드로서의 케이트 모스를 표현하기 위한 두 디자이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인명이 브랜드명이 될 때 그 안에 어떠한 요소들이 담기게 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케이트 모스라는 개인의 정체성, 그녀의 이름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 구체적인 패션 브랜드로서 이 브랜드가 표방하는 개성 등은 기본이다. 물론 ‘그래픽’의 관점에서 바라본 두 개의 단어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평가도 흥미롭다. 결국 이들은 아이콘으로서의 케이트 모스 개인과, Moss라는 까다로운 단어마저 멋지게 소화하는 서체를 찾아냈다. 복고적인 느낌에, 약간은 변덕스러운 듯 하면서 세련된 그러한 서체를 말이다. 

[Creative Review] Kate Moss: The Brand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5-31 | 팬톤 호텔

팬톤의 컬러칩은 팬톤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지만, 자체로 팬톤을 상징하는 디자인 자산이기도 하죠. 컬러칩의 모양새는 팬톤과의 ‘협업’을 원하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에 널리 활용되고, 또 팬톤의 자체 라이프스타일 소품군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2010년 팬톤은 브뤼셀에 호텔을 열며, 소위 ‘팬톤 유니버스’를 소품에서 공간으로 확대했습니다. 다만 더 이상 팬톤 호텔을 방문할 수는 없으니, 팬톤이 떠나고 이미 다른 호텔이 운영 중입니다.

2011-06-02 | 스뇌헤타: SFMOMA 증축 설계안

지난 세기의 끝자락을 지나 이번 세기에 들어서도, 세계 곳곳에서 미술관의 신축 혹은 증축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습니다. 미술, 문화, 도시, 경제의 요구가 미술관을 교차하는 가운데, 특히 이 시기 후자의 관점에서 특정 미술관의 이름이 성공 신화로서 자주 불리우기도 했지요. 오늘의 뉴스는 2011년 발표된 SFMOMA의 증축 설계안입니다. 기존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적색 벽돌 건물 너머로 증축될 건물의 설계는 노르웨이의 스뇌헤타가 맡았고, 예정대로 2016년 5월 확장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하였습니다.

2007-08-10 | 시게루 반의 종이 다리

반 시게루에게 종이는 훌륭한 건축 자재입니다. 연약하다고 여겨지는 재료이지만 그것으로 만든 건축물까지 연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종이 건축’으로 반증해 보였지요. 2007년 오늘의 소식은 그가 프랑스에 지었던 종이로 된 다리입니다. 지관을 이용해 한 번에 스무 명이 지나가도 끄떡없는 종이 다리를 완성했지요. 

2010-10-05 | 2010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

일본디자인진흥원은 1957년부터 우수 디자인을 평가, 시상하는 굿디자인 어워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2010년에는 총 3,136개 디자인이 응모한 가운데, 베스트 디자인 15점을 비롯해 총 1,110개 디자인에 ‘굿디자인 마크’가 붙여졌습니다. 그해의 이례적인 수상이라면 아이돌 그룹 AKB48이 네트워크 부문 베스트에 선정되었다는 점일 텐데요.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찾는 시대에 ‘가서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가 주효했다는 평입니다. 

Designflux 2.0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