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6 | 위기를 팝니다

Editor’s Comment

4월이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라는 대형 행사를 중심으로, 때맞춰 열리는 전시 등의 소식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2009년 4월에는RCA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위기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사소한 생활의 위기에서 위기의 일 선언에 이르기까지,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다시 만나봅니다.

빌루르 투란(Bilur Turan), ‘위기 초콜릿(Crisis Chocolate)’

‘위기’란 무엇인가? RCA의 제품디자인과 대학원생들이 그에 관한 관한 저마다의 해석을 선보인다. 전시회 ‘위기 상점. 매진! (CRISIS SHOP. SOLD OUT!)’가 2009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기간에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RCA 제품디자인 학과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플랫폼10(Platform10) 출신의 대학원생 14인이 참여한다. 

“과연 위기란 무엇인가? 우리의 ‘매진 상점’은 위기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자극제로서의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다. 우리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새 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신 위기 전반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찾아온 위기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 상점’의 모든 제품들은 그런 의미에서 위장하고 있는 기회들의 사례들이다.” 

클레어 페레이라(Claire Ferreira), ‘러시 백(Rush Bag)’

위기라는 이름의 이 상점에서, 14인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일상 속 사소한 위기 상황들을 조명하는 제품들을 통해, 위기 상황의 본질이라 할 만한 특징들을 도출하려 한다. 빌루르 투란(Bilur Turan)은 파국적인 미래를 예언하는 초콜릿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편집증적인 세계를 이야기한다. 클레어 페레이라(Claire Ferreira)는 가방 속에 소지품이 제대로 들어 있는지, 불안에 휩싸여 가방 속을 뒤지곤 하는, 일상적인 ‘위기’ 상황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는 가방 디자인을 선보인다. 

크리스티안 코왈스키(Krystian Kowalsi), ‘S.O.O.N.(The Something Out of Nothing)’
자일스 밀러(Giles Miller)의 레고 블럭 조각 
닉 리센브리(Nic Rysenbry), ‘플랫아웃(FlatOut)’

이처럼 위기들의 소우주가 펼쳐지는 가운데, 조지 페러데이(George Fereday)는 ‘영구적인 위기의 선언’이라는 제하로 다음과 같은 공식을 내놓는다. “하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반드시 다음 위기 상황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위기의 해소 방안이 곧 다시 새로운 위기의 시발점이 되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지적인 디자인보다는 일시적이며 본능적인 반응으로서의 디자인이 부각된다. 그는 영속하는 위기라는 개념은 디자인에 있어 새롭고도 실험적인 유형의 탄생을 자극하는 촉매제로서 기능한다고 이야기한다. 

조지 페러데이(George Fereday), ‘영구적인 위기의 선언: 하나의 문제의 해결책은 반드시 다음 위기 상황의 원인이 된다(Perpetual Crisis Manifesto: The solution to one problem must cause the next crisis situation)’ 
마치에이 보이치츠키(Maciej Wojcicki), ‘흔들의자(Rockers)’
올리비아 데카리스(Olivia Decaris), ‘윈클피커스(Winclepickers)’

위기를 판매하는, 하지만 모든 제품이 매진 상태인 이상한 상점. ‘위기 상점. 매진!’은 4월 22일부터 26일까지 밀라노 세베스 글래스블록 쇼룸에서 개최된다.

www.platform10.co.uk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03-23 | 합판으로 그리다

공사장 울타리 역할을 하던 낡은 합판들을 거두어 작품의 재료로 삼았습니다. 브라질의 미술가 엔히키 올리베이라는 울타리로 “회화와 건축과 조각이 한데 결합된” 작품 연작을 선보였는데요. 전시회의 이름도 ‘울타리’입니다. 

2008-06-20 | 오바마, 디자인, 브랜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유독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그러한 조짐이 드러났죠.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의 포스터가 오바마 캠프의 시각적 상징이 되었고, 그러면서《뉴욕타임스》에는 ‘오바마는 맥, 힐러리는 PC인가?’라는 기사가, 《패스트 컴퍼니》에는 ‘오바마라는 이름의 브랜드’라는 분석 기사까지 실렸습니다. 어떤 ‘현상’이 된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14년 전 오늘의 뉴스에서 다시 만나봅니다.

크리스토 앤 잔느-클로드의 마지막 프로젝트 ‘마스타바’

지난 2월 초, ‘마스타바가 드디어 현실화된다’는 몇몇 언론의 보도로 인해 프로젝트가 다시 화제가 되었는데,...

2007-07-05 | 지속불가능한 장신구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와중에 흐레이트여 판 헬몬트는 정확히 그 반대를 디자인했습니다. 그의 ‘지속불가능’은 설탕으로 만든 장신구 시리즈입니다. 그토록 연약하고 지속불가능한 소재로 된 이 장신구들은 역설적으로 설탕보다 훨씬 튼튼한 소재들이 처하는 현실을 가리킵니다. 소재의 내구성과는 무관하게 결정되는 제품의 교체 주기라는 문제를 말이죠.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