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3 | 자동차, 옷을 입다

Editor’s Comment

아직 크리스 뱅글이 BMW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2008년, BMW는 콘셉트카 ‘GINA 라이트 비저너리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텍스타일 스킨이었습니다. ‘소프트톱’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체 전체가 천을 입은 자동차는 없었죠. 그리고 이런 급진적인 선택이 던지는 질문은 바로 ‘유연한 자동차’라는 개념이었습니다. 

BMW이 공개한 콘셉트카 디자인 ‘GINA 라이트 비저너리 모델(GINA Light Visionary Model)’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어쩌면 이는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있어 최초의 ‘텍스타일 스킨’을 지닌 자동차인 지도 모른다. 메탈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전통적인 차체 소재 대신, 철재 프레임으로 차체 형태의 뼈대를 세우고, 그 위를 특수 소재의 천으로 덮어 씌운 것이다. 그물망 구조의 이 패브릭은, 물과 열에 강한 소재로 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장력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이러한 원리로 구현된 ‘GINA’의 외관은, 거의 이음매가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체의 스킨은 특정 기능이 활성화될 때만 그 연결 부분을 드러낸다. 가령 문을 연다거나, 헤드라이트를 켠다거나, 본네트를 열때, 그 숨겨진 균열들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심지어 차체 일부는 필요에 따라 그 형태도 변화한다. 가령 박진감있는 주행을 원한다면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모습으로 차체를 변형할 수도 있고, 사소하게는 좌석의 머리받침대 부분조차도 사용자에 맞게 모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콘셉트는 미래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색다른 솔루션을 담고 있다. 크리스 뱅글의 설명처럼, ‘GINA’의 핵심은 ‘플렉서블’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요약된다. 과연 자동차에 있어 스킨은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가, 그것은 항상 플라스틱이나 메탈로 제작되어야 하는가? ‘GINA’는 운전자의 경험과 개성,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유연한 그릇으로서의 자동차 디자인을 제안한다. 유연함을 통해 운전자와 대화하는 자동차라는 개념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하나의 완결된 자동차 모델 콘셉트라기보다, 미래 자동차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특징들에 대한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인지도 모른다. 

‘GINA’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아래 BMW가 내놓은 공식 자료와 더불어, 크리스 뱅글이 이야기하는 ‘GINA’의 철학이 담긴 영상을 참조하시길. 

BMW Gina Visionsmodell(.doc)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소니의 전기 자동차 VISION-S 02: CES 2022

2022년 1월 5일에 개막한 CES에서 소니가 SUV형 전기 자동차 VISION-S 02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2년...

2007-08-10 | 시게루 반의 종이 다리

반 시게루에게 종이는 훌륭한 건축 자재입니다. 연약하다고 여겨지는 재료이지만 그것으로 만든 건축물까지 연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종이 건축’으로 반증해 보였지요. 2007년 오늘의 소식은 그가 프랑스에 지었던 종이로 된 다리입니다. 지관을 이용해 한 번에 스무 명이 지나가도 끄떡없는 종이 다리를 완성했지요. 

2009-03-25 | 구글에서 보낸 3년

2006년 디자이너 더글러스 바우먼은 구글에 합류하며, 시각디자인리더로서 팀을 꾸리고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3년 뒤 구글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들의 회사에서 전통적인 디자이너가 부딪힌 한계”를 소회한 글을 남겼죠. 물론 그가 떠난 당시의 구글과 지금의 구글은 다른 모습일 테지만만, 여전히 디자이너 대 개발자, 디자이너 대 엔지니어 등 서로에 대한 몰이해의 일화가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1-07-28 | 화장실 재발명

“지난 200년 간 그 어떤 혁신도 변기의 발명으로 촉발된 위생 혁명 이상 인명을 구하고 건강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나아가지는 못하고, 세상의 1/3까지만 다다랐을 뿐이다.” 세기가 바뀐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아는 모습의 화장실은 세계 인구 2/3에게는 희귀한 것이고, 아예 화장실이랄 것이 없는 인구도 10억 명에 달합니다. 그 결과는 참혹해서, 5세 이하 어린이의 사망 원인 두 번째가 설사병이며, 매년 1백만 명의 어린이가 적절한 위생 설비가 없어 목숨을 잃습니다. 2011년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화장실 재발명’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