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샹들리에는 넉넉함을 요구하는 조명입니다. 늘어뜨리고도 남을 만한 시원한 높이와 적지 않은 조명의 용적을 품을 너른 공간의 호사를 필요로 하지요. 실제로 여러 샹들리에가 그러한 호사를 호화로운 외양으로 과시합니다. 하지만 스튜어트 헤이가스는 샹들리에를 향한 보통의 기대를 충족하면서도 비틀곤 합니다. 그의 샹들리에에서는 파도에 휩쓸려온 쓰레기라던가 값싼 플라스틱 잡동사니 같은 의외의 재료가 무리를 짓습니다. 그리고 2007년 그가 디자인 마이애미/의 퍼포먼스를 위해 선택한 재료는 공항에서 수거한 PET병이었지요.
영국의 디자이너 스튜어트 헤이가스(Stuart Haygarth)가 또 다시 멋진 샹들리에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2007 디자인 마이애미/의 ‘디자인 퍼포먼스’ 섹션에 참여한 그는, PET 물병을 재료로 대형 샹들리에를 만들어냈다.
‘드롭(Drop)’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에는 총 1,800여 개의 PET병이 투입되었는데, 이 모두는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수거한 것이다. 헤이가스는 이렇게 모인 물병들을 모래와 물 속에 넣고 다듬어 흡사 유백색 유리(frosted glass) 느낌의 질감을 만들어냈다. 디자인 퍼포먼스의 관람객들은 그가 직접 물병을 자르고 다듬어 이를 서로 이어붙이는 3일 간의 제작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고, 심지어는 물병이 모자를 때를 대비해 자신들의 물병을 디자이너에게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고.
스튜어트 헤이가스의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잡동사니로 빚어낸 디자인 오브제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거대한 물방울 모양의 샹들리에로 거듭난 물병들은 대량소비시대의 재활용 미학을 보여준다.
ⓒ designf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