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5 | ‘세컨드 사이클’, 70년 전의 가구를 되살리다

Editor’s Comment

70년 전 태어나 오랜 시간 동안 곳곳에서 제 역할을 해온 가구들이 다시 생산자의 품으로 돌아와 ‘두 번째 주기’를 기다립니다. 오늘의 소식은 2007년 아르텍과 톰 딕슨이 전개한 ‘세컨드 사이클’입니다. 아르텍은 1935년 이후 150만 개 넘게 판매된 알바 알토의 ‘스툴 60’을 비롯해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을 학교, 공장, 조선소, 플리마켓 등지에서 찾아내, 다시 ‘신제품’으로서 선보였습니다. 의자가 주를 이루었던 처음과 달리 현재는 비단 아르텍의 가구만이 아닌 유무명의 디자인 소품, 조명, 그림까지, 더 많은 오래된 물건들이 ‘세컨드 사이클’에 합류하였습니다. 

“그 어떤 것도 완전히 재탄생하진 않는다. 그러나 전적으로 사멸하는 것도 없다. 한때 존재했던 것은 언제나 새로운 형식으로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핀란드의 가구 브랜드 아르텍을 창시한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의 말이다. 그리고 2007년 아르텍이 공개한 ‘세컨드 사이클(2nd CYCLE)’ 라인이야말로 그 의미를 정확히 담아낸 컬렉션이 될 것이다. ‘2nd CYCLE’은 30년대의 빈티지 모더니즘 가구를 오늘에 되살려낸다. 

이것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다. 아르텍이 1930년대 광범위하게 생산했던 의자들의 현 소재를 수색, 수집하여 이를 재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컨드 사이클’의 의자들은 옛 공장, 조선소, 플리마켓 등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이 의자들이 살아온 수십여 년의 세월에 관해, 우리는 벗겨진 도장과 생채기와 같은 ‘낡음’의 자욱 속에서 그 역사를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것은 알바 알토가 건축한 파이미오 요양소 어딘가에 놓여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르텍과 톰 딕슨은, 이 낡은 의자를 하나의 신제품으로 다시 한 번 소비자들 앞에 제시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혹은 오히려 그러한 세월 속에서 아름답게 변한 가구에 대한 신뢰를 판매하는 행위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은 새 것 냄새 물씬한 신제품 대신, 중고품 자체를 ‘새롭게’ 구매하는 셈이 된다. 더 나아가 그것은 낡음에 배어있는 풍부한 장소들의 역사와 아르텍이 구축해온 디자인 유산을 구매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르텍과 톰 딕슨의 ‘세컨드 사이클’은 디자인에 있어 재활용을 문자 그대로의 차원으로 복구시키는 동시에, 튼튼한 소재와 간결한 디자인의 가치가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명료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증명한다. 더불어 이 컬렉션은 최근 디자인 시장에 불어닥친 빈티지 소장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기억에 담아둘 만하다. 

https://www.artek.fi/2ndcycle/en/

ⓒ designflux.co.kr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10-28 | 헬프의 새 포장 디자인

의약품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할까요. 헬프라는 이름의 제약 회사는 많은 것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했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포장, 평문으로 된 증상을 강조한 제품명처럼 말이죠. 2011년 헬프는 “테이크 레스”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리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미니멀의 기조는 여전히 유지하되 시각성을 조금 더 높이는 방향으로요. 

2010-11-17 | 2010 무토 탤런트 어워드

새로운 관점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표방하며 출범한 브랜드답게, 무토는 2009년부터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디자인 학교 재학생이 참여하는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2010년 두 번째로 열린 공모전의 최고상은 스웨덴 콘스트파크에 재학 중이던 3인조 디자이너 왓츠왓 콜렉티브에게 돌아갔는데요. 이들이 선보인 플로어 조명 ‘풀’은 지금도 사랑받는 무토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07-01-24 | 일회용 정원, ‘B-백’

작년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0명 중 5명이 “반려식물”에 관심이 더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에 자연을 들이는 홈 가드닝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지요. 2007년에 전해드렸던 독특한 모양의 그로우 백 소식이 새삼 다시 눈에 띈 이유일지도요.

2010-09-06 | 그리기와 소리의 결합

그는 디자이너이자 전자음악가이며 사운드 아티스트입니다. 2010년 열린 전시 ‘소리 주입’은 예술과 디자인과 기술이 어우러진 그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가령 선에 소리를 담는 펜과 선에 담긴 소리를 재생하는 펜이 짝을 이루었던 ‘녹음 & 재생’ 펜처럼요. 유리 스즈키는 2018년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에 파트너로 합류하였고, 그의 존재로 펜타그램의 영역에 ‘사운드’가 더해졌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