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8 | 마르티 긱세의 푸드 디자인

Editor’s Comment

마르티 긱세는 자신을 푸드 디자이너라 소개합니다. 음식은 디자인의 대상으로, 여기에서 음식 디자인은 조리법이나 미식의 개념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음식 역시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디자인된 무엇이며, 다만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을 뿐이지요. 2007년 오늘 디자인플럭스에서는 마르티 긱세의 푸드 디자인을 전했습니다. 파이 차트의 현현으로서의 파이, 씨앗을 뿌리는 사탕 등의 작업을 소개했었죠.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한 디자이너라도, 어느 날 문득 그 모든 일에 진절머리가 날지 모른다. 과거 드로흐 디자인의 일원이기도 했던 마르티 긱세(Marti Guixe)[1]도 그러했다. 오브제에 대한 혐오를 고백한 그가 사물의 세계를 떠나 새로이 안착한 영역은 다름 아닌 푸드 디자인이었다. 하필이면 왜 음식이냐고? “아마도 내 평생에 앞으로 2개 정도의 의자를 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하루에도 세 번씩 산다.” 

마르티 긱세의 푸드 디자인은 이런 식이다. ‘7단계 쿠키’는 한입 베어 무는 순서를 과자 위에 숫자로 표시했다. 자동차가 밟고 지나간 듯한 쿠기 ‘아우토반’도 흥미를 이와 비슷하게 무늬를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시각적인 흡인력 있는 푸드 디자인은 ‘파이-그래프 케이크’다. 케이크의 원료를 퍼센트에 따라 화려한 컬러의 입체 그래프로 표현했다.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도 있다. 어떤 와인이 마음에 들었을 때 그 이름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버틀(Buttle)’은 흔히 볼 수 있는 전단지 스타일의 라벨 디자인으로, 와인 이름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오라니엔바움 롤리팝(Oranienbaum Lollipop)’은 너무도 심원한 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실용의 차원을 넘어선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 자그마한 오렌지 맛 막대사탕 안에는 씨앗이 하나 들어있다. 사탕을 다 먹고 입에 남은 씨앗을 툭 뱉는, 우발적이며 자발적인 행위로 식물을 심겠다는 것이 최후의 목표다… 

푸드 스타일링의 제 1원칙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면, 마르티 긱세의 이 음식 디자인은 아마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디자인들이 그러했듯, 음식이라는 대상에 음식이 아닌 다른 세계의 맥락들을 접합한다. 음식의 유일한 목적인 먹기를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외부적인 논리를 말이다. 

만일 또 다른 그의 푸드 디자인 작품이 궁금하다면, 지난 달 밀라노에서 개최된 ‘마르티 긱세, 푸드 디자인의 10년’ 전시 페이지를 방문해 봄 직하다. 

https://food-designing.com

ⓒ designflux.co.kr


[1] 표기 정정: 마르티 기셰 -> 마르티 긱세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05-03 | 30일의 물빛

30일 동안 매일의 베니스 물빛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패턴으로 만들어 다시 실크 스카프 위에 옮겼습니다. 매일 조금씩 다른 물의 빛깔과 수면에 비친 풍경의 일렁임을 고스란히 담아낸, ‘30일의 물빛’ 스카프입니다.

2010-12-13 | 팬톤 선정 2011년의 색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팬톤이 예견한 내년의 색은 ‘허니서클’이었습니다. 붉은 기가 도는 분홍의 활력이 일상의 어려움을 활기차게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설명이었지요. 참고로 팬톤 선정 2022년의 색은 ‘베리 페리’입니다. 팬톤이 이번 '컬러 오브 더 이어'를 위해 새로 만든 색상으로, 이처럼 새로운 조색을 선택한 것은 23년 컬러 오브 더 이어 역사상 처음이라는군요.

2006-09-27 |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콘셉트카’ 

어떤 자동차는 시대적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도 그랬죠. 20세기 중반 히피 문화의 상징이 된 이 버스를 2006년 미국의 폭스바겐 전자기술 연구소에서 동시대화했습니다.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면서도 근미래적 기술을 품은 콘셉트카를 선보였죠. 한편 올해 폭스바겐은 마이크로버스의 21세기 후예로서 순수 전기차 ‘ID 버즈’를 출시했습니다. 아쉽게도 오리지널 마이크로버스의 모습은 “영감의 원천”으로만 남았지만요.  

2011-05-12 | OCAD U 시각 아이덴티티

2011년 새단장한 온타리오미술디자인대학의 시각 아이덴티티가 공개되었습니다. 흑백의 창들로 이뤄진 가변형의 로고 디자인이 핵심입니다. 고정형에서 가변형으로 또 더 나아가 반응형에 이르기까지, 2010년을 전후로 운신의 폭을 넓힌 아이덴티티 디자인들이 속속 등장하며 하나의 추세를 이루었습니다. 2009년의 멜버른 시 아이덴티티, 2011년의 BMW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2013년의 휘트니 미술관 그래픽 아이덴티티 같은 사례처럼요.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 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동적’ 변화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