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마르티 긱세는 자신을 푸드 디자이너라 소개합니다. 음식은 디자인의 대상으로, 여기에서 음식 디자인은 조리법이나 미식의 개념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음식 역시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디자인된 무엇이며, 다만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을 뿐이지요. 2007년 오늘 디자인플럭스에서는 마르티 긱세의 푸드 디자인을 전했습니다. 파이 차트의 현현으로서의 파이, 씨앗을 뿌리는 사탕 등의 작업을 소개했었죠.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지위를 획득한 디자이너라도, 어느 날 문득 그 모든 일에 진절머리가 날지 모른다. 과거 드로흐 디자인의 일원이기도 했던 마르티 긱세(Marti Guixe)[1]도 그러했다. 오브제에 대한 혐오를 고백한 그가 사물의 세계를 떠나 새로이 안착한 영역은 다름 아닌 푸드 디자인이었다. 하필이면 왜 음식이냐고? “아마도 내 평생에 앞으로 2개 정도의 의자를 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음식은 하루에도 세 번씩 산다.”
마르티 긱세의 푸드 디자인은 이런 식이다. ‘7단계 쿠키’는 한입 베어 무는 순서를 과자 위에 숫자로 표시했다. 자동차가 밟고 지나간 듯한 쿠기 ‘아우토반’도 흥미를 이와 비슷하게 무늬를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시각적인 흡인력 있는 푸드 디자인은 ‘파이-그래프 케이크’다. 케이크의 원료를 퍼센트에 따라 화려한 컬러의 입체 그래프로 표현했다.
매우 실용적인 디자인도 있다. 어떤 와인이 마음에 들었을 때 그 이름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버틀(Buttle)’은 흔히 볼 수 있는 전단지 스타일의 라벨 디자인으로, 와인 이름을 손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오라니엔바움 롤리팝(Oranienbaum Lollipop)’은 너무도 심원한 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실용의 차원을 넘어선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 자그마한 오렌지 맛 막대사탕 안에는 씨앗이 하나 들어있다. 사탕을 다 먹고 입에 남은 씨앗을 툭 뱉는, 우발적이며 자발적인 행위로 식물을 심겠다는 것이 최후의 목표다…
푸드 스타일링의 제 1원칙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면, 마르티 긱세의 이 음식 디자인은 아마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디자인들이 그러했듯, 음식이라는 대상에 음식이 아닌 다른 세계의 맥락들을 접합한다. 음식의 유일한 목적인 먹기를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외부적인 논리를 말이다.
만일 또 다른 그의 푸드 디자인 작품이 궁금하다면, 지난 달 밀라노에서 개최된 ‘마르티 긱세, 푸드 디자인의 10년’ 전시 페이지를 방문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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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기 정정: 마르티 기셰 -> 마르티 긱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