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2007년이라면 아이폰이 발표되어 시장에 등장한 해입니다. 4월 9일의 이 뉴스는 아직 휴대폰이 그렇게까지 ‘스마트’하지 못했던 때에도, 이미 제 기능을 휴대폰에게 내주었던 시계의 운명에 관한 기사입니다. 자기표현의 수단 혹은 휴대용 전자기기화. 두 가지가 양립 불가능한 관계의 선택지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후자의 흐름이 현실이 되어 스마트시계라는 카테고리가 태어났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시계 시장 외부에서, 그것도 다름 아닌 휴대폰 시장으로부터 왔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시계는 지금 다시 한 번 시계의 모습을 한 기기와 경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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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요즘 세상에, 위기를 맞은 것이 공중전화만은 아니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시계의 필요성을 그리 체감하지 못한다. 몇 시냐는 질문에 손목을 보는 대신,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드는 일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휴대폰이 시계를 대신해버린 시대에, 전통적인 시계 회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비즈니스위크>가 시계 업계의 최근 행보를 정리한 흥미로운 리포트를 게재했다. 시계 산업의 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카르티에, 롤렉스 등 럭셔리,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업계 매출 곡선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를 구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젊은 소비자들을 휴대폰에 빼앗긴 시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어쩌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시계를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 이상의 무엇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관건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돌려놓는 데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알레시, 세이코 등 몇몇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시계가 점차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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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디자이너 시계를 생산해왔다. 소비자들은 에토레 소트사스, 알베르토 메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등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최근의 히트작은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의 여성용 시계 ‘버클(Buckle)’이었다. 이 제품은 손목이나 목에 찰 수 있는 디자인으로, 2006년 알레시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가격 역시 130달러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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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라이센싱하여 팝아트 시계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세이코의 당초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팔려나가며, 일본의 10~2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시계가 하나의 문화 상품이 되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의 라이센싱은 대체로 어린이용 제품 시장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문화 마케팅을 통해 새로이 부활했다(미키 마우스나 헬로우키티 대신 앤디 워홀이 자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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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휴대용 전자 기기의 기능을 시계에 흡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일지 모른다. Fossil은 블루투스 시계를 출시했다. 휴대폰과 시계를 연결하여,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바로 발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나이키는 애플과 함께 iPod과 연동되는 동시에 심장박동계수를 측정하는 시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시계의 앞날에는 두 갈래의 선택지가 있는 듯 하다. 전통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대신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는 쪽으로 선회하거나, 전통적인 시계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거나. 하지만 모든 것이 컨버전스 되어가는 시장의 흐름을 염두에 둔다면, 후자보다는 전자가 장기적인 ‘생존’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 언젠가 시계형 휴대폰이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Businessweek Online] At Timex and Seiko, the Clock Is Ti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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