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2005년 10월 17일, 미국잡지편집인협회는 ‘1965년부터 2005년까지, 지난 40년 역대 최고의 잡지 표지 40선’을 꼽았습니다. 당대와 긴밀하게 호흡하는 잡지 매체의 표지에 담긴 역사 그리고 어떤 표지들이 거둔 탁월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지요. 디자인플럭스에서는 이 40개의 표지 목록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되돌아보았습니다.
지난 8월 《하퍼스 바자》의 표지를 장식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모습에서 혹시 1991년도 《배니티 페어》지의 데미 무어를 떠올리신 분이 있는지? 후자는 작년 10월 미국잡지편집인협회(American Society of Magazine Editors)가 선정한 ‘지난 40년 역대 최고의 잡지 표지 40선’에서 2위에 오른 표지다.
시대와 잡지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40개의 표지를 몇 개의 키워드로 되돌아본다.
“추모”
ASME 선정 최고의 잡지 표지 1위의 영예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을 담은 《롤링 스톤》의 표지가 차지했다. 애니 레보비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사진은 1980년 12월 8일 촬영한 것으로, 존 레논이 저격당하기 바로 몇 시간 전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비극적인 아우라를 더한다. 결국 이 사진은 《롤링 스톤》의 존 레논 추모 특집호 표지로 사용되었다.
1997년 《피플》 9월호는 잡지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텍스트도 없이 다이애나 비의 흑백 사진만으로 표지를 구성했다. 파리에서 일어난 차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그녀에게 바치는 말없는 헌사인 셈이다.
“전쟁”
《에스콰이어》는 무하마드 알리를 표지 모델로 삼아 성 세바스찬의 순교 장면을 빌려왔다. 베트남전에 참전할 수 없다며 병역을 거부한 그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들을 문자 그대로 시각화한 수작이다.
21위를 차지한 1965년도 《라이프》 11월호 표지는 알리가 거부한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던 참혹한 현실을 한장의 사진으로 웅변했다. 폴 슈처(Paul Schutzer)가 카메라에 담은 한 베트콩 포로의 가리워진 눈과 막힌 입이 전하는 전장의 현실이었다.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는 12살 어린 난민 소녀의 ‘눈’을 찍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결정화된 듯한 그녀의 눈은 곧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로부터 17년 후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상징했던 이 소녀가 네 딸의 어머니가 되어 다시 카메라 앞에 서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앤디 워홀”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 사람과 그로 인해 가장 유명해진 수프가 함께 1969년 《에스콰이어》 5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당대 팝 문화를 어김 없이 담은 이 사진에서 앤디 워홀은 자신의 ‘캠벨 수프’ 속으로 잠겨들어갈 듯 아슬아슬하다.
워홀은 본인의 잡지 《인터뷰》에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사진 속에서 그는 그레이스 존스를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9.11”
9.11을 상징하는 세 개의 표지가 톱 40 리스트에 함께 올랐다. 《타임》지는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던 그 순간의 이미지를 선택했고, 《포춘》지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멍하니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를 보여주었다. 한 사건을 보여주는 정반대의 이미지들이라 할 수 있다.
위 두 사진과 비교할 때 《뉴요커》의 표지는 9.11에 대한 심리적인 풍경에 가깝다. 《쥐》로 유명한 아트 슈피겔만이 검은 배경 위에 (한때 존재했던) 세계무역센터의 거무스름한 실루엣을 그렸고, 이는 공허와 공포로 가득한 2001년 미국인의 내면을 투영한 작품이 되었다.
ASME가 선정한 1965~2005년 최고의 잡지 표지 톱 40의 전체 리스트는 이곳(+대체 링크)에 공개되어 있다. 한 번쯤 들러 찬찬히 지난 40년의 역사를 감상해보시기를.
ⓒ designflu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