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대만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찬 훙 루(Hung Lu Chan)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외계인 대사관(The Embassy of Aliens)’은 주로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작가나 감독이 상상하고 구현한 기존의 외계 생명체라는 개념과 그 형상에서 벗어나, 인간이 외계인을 인식하는 대안적 상상을 유도하고 탐구한다.
‘외계인 대사관’은 인간과 외계인 사이에서 협상하는 매개체적 수단으로, 여기에서 작가는 ‘외계인의 소리(Sounds of Aliens)’라는 새로운 틀을 적용한다. ‘외계인의 소리’는 인간과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외계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일종의 악기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이것은 인간이 외계인을 떠올릴 때 발생하는 인간의 뇌파 – 사운드 개념으로서의 파장 – 를 감지하여 ’이미지’ 같은 시각적 간섭 없이 직접 음악적 신호로 변환한다.
수 세기 동안 인간은 외계인에 대해 상상해왔고, 1960년대 이후부터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Searching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이어오고 있다. 가장 기초적이면서 본질적인 방법은 전파망원경을 사용하여 먼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이상 신호를 찾는 것인데, 여기에서 이상 신호의 기준은 결국 인간의 기술을 기반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역설을 통해 우리는 외계인에 대한 두 가지 이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자신 역시 인간이 찾고 있는 외계인의 미래 중 하나라는 것, 그리고 둘째는 인간이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미래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외계인의 모습에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소망과 욕망이 담겨 있다. 즉 외계인은 인간의 자아, 그 내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현상학자 발덴펠스가 저술한 <외계인 현상학: 기본 개념(Phenomenology of the Alien: Basic Concepts)>에 따르면, 외계인은 인간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한다.
‘외계인 대사관’에서 찬 훙 루는 바로 이 논리를 따라 외계인을 시각적 형상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다가간다. 외계인의 대리인이 되어 그 입장에서 바라보고, 궁극적으로 외계인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이와 같이 인간과 외계인의 관점을 교차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인식에 도전하고, 다른 존재와 다른 사회, 다른 세계를 모색한다.
외계인 대사관 연설과 작품 설명을 영상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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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