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재사용

이케아의 디자인 연구소인 스페이스 10(Space 10)과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가 물을 재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물’은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 조건이지만, 물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확대될수록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하여 6명의 디자이너가 홍콩, 멕시코시티, 런던 세 도시를 임의로 설정하여 미래의 물 사용법을 제시한다.

안드레아 리 & 미셸 림, ‘메이드 위드 레인(Made with Rain)’, 홍콩, 2021. ⓒ Olivia Lifungula

홍콩 디자이너 안드레아 리(Andrea Li)와 미셸 림(Michelle Lim)은 빗물을 수집해 레몬차를 만드는 시스템(Made with Rain)을 고안했다. 이들은 리서치를 통해 홍콩 전체 물 사용의 46%가 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분야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산업용수의 효율적인 사용법을 찾는다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먼저 홍콩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산업용수를 빗물로 대체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평평한가게 지붕을 통해 빗물을 수집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이를 홍콩의 상징적인 문화 중 하나인 레몬티의 생산-소비 부문과 결합시키는 방안을 고안했다.

켈시베어 & 이타마르 릴리엔탈, ‘에쿠아(Äkua)’, 멕시코시티, 2021. ⓒ Ariana Velazquez

멕시코시티의 디자이너 켈시 베어(Kelsey Bair)와 이타마르 릴리엔탈(Itamar Lilienthal)은 바이오소재를 활용한 물 정화 시스템 ‘에쿠아(Äkua)’를 제작했다. 잦은 홍수, 오염된 수돗물, 도시의 폐수가 계곡으로 그대로 흘러가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멕시코시티에서는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효과적인 물 여과 방법을 고심하던 중 이들은 멕시코시티 전역에서 발견되는 용암석 ‘테존틀’과 가시나무 선인장 ‘노팔’에서 해결안을 찾았다. 노팔은 물 여과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황산알루미늄보다 300배 이상의 효율성을 발휘하고, 테존틀은 스펀지처럼 병균을 광물 구조안에 가두기 때문에, 이를 통해 획기적으로 식수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엘리사 브루나토 & 크리스토프 디크만, ‘파이프 해부도(Pipe Anatomy)’, 런던, 2021. ⓒ Olivia Lifungula

영국 디자이너 엘리사 브루나토(Elissa Brunato)와 크리스토프 디크만(Christoph Dichmann)은 새로운 파이프 형태를 제안한다. 이들은 이미 손상된 파이프로 인해, 공급되는 물 가운데 1/4이 중간 과정에서 누수된다는 사실, 매주 평균 1,300개의 파이프가 수리되고, 하루에 약 6억 리터의 식수가 손실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파이프를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여, 이에 적합한 소재의 사용을 제안했다.

스페이스 10은 도시가 안고 있는 물 문제의 복합성을 강조했다. 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이너, 전문가, 시민간의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대화와 긴밀한 관계를 통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둔다.

Space10.com

ⓒ designflux.co.kr

박지민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10-13 | 스튜디오 욥 x 빅터 & 롤프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듀오 두 팀이 하나의 무대에서 만났습니다. 스튜디오 욥과 빅터 & 롤프가 그 주인공입니다. 2009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빅터 & 롤프의 2010 S/S 패션쇼 현장, 무대 양 옆으로 거대한 지구본과 대좌가 나란히 놓였습니다. 대좌를 또 하나의 무대 삼아 오른 로신 머피가 노래하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지구본이 미러볼처럼 돌며 빛을 발하는 동안, 내년의 가벼운 옷을 입은 모델들이 무대를 걸었지요. “서로의 길이 교차할 때마다 함게 즐겁게 일한다”는 두 듀오의 협업은 이전부터 이어져 또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2007-06-27 | 최고급 보석을 훔치다

마이크와 마이커는 세상 값진 보석들을 훔쳐와 자신들만의 장신구 컬렉션을 만들었습니다. 악명 높은 이멜다 마르코스의 그 반 클리프 & 아펠 루비 목걸이라던가 카르티에의 ‘투티 프루티’ 같은 것들을요. 물론 그들이 훔친 것은 실물이 아니라 이미지입니다. 그것도 저해상도의 이미지였죠. 실재하는 것의 열화 이미지를 다시 실물화한 장신구 컬렉션, ‘훔친 보석’입니다.

유골로 만든 3D프린팅 인공 암초

사랑하는 이들의 유골이 바닷속에서 굴을 재생하는 인공 암초가 된다면 어떨까? 런던 왕립예술대학(RCA), 임페리얼칼리지출신의 루이스 L....

2011-01-27 | 유선형 디자인의 세계 

전기차들이 단호한 직선으로 자동차의 미래를 시각화하는 요즘입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미 도로에서 직선이 돋보이는 자동차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죠. 1930~40년대 미국에서 미래는 ‘유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의 형태는 다리미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등장했죠. 2011년 미국 필브룩미술관에서 열린 ‘유선형 디자인: 내일의 세계’는 바로 그 시기의 디자인을 돌아본 자리였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