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베니스 건축비엔날레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1년 연기되어, 원래 개막일이었던 2020년 5월 22일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2021년 5월 22일 드디어 막을 열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열리는 첫 번째 주요 대규모 건축 행사이다. 11월 21일까지 진행되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는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How will we live together?)’라는 질문을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레바논 출신의 건축가 하심 사르키스(Hashim Sarkis)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건축가들이 종합적인 기술을 동원하여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큐레이터들이 기존 전시와 달리, 간단 명료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이렇게 전시의 체험과 설치에 중점을 둔 총감독의 생각에 맞춰 비엔날레 국가관들에서는 다양한 형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독일관이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2038 – 새로운 평화(2038 – The new serenity)’를 제목으로 한 독일관에서는 하얗게 칠해진 네오클래식 양식(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전반까지 유럽 세계를 풍미한 예술 양식)의 벽면마다 QR 코드를 하나씩 덩그러니 프린트해 놓았다.
방문객은 벽면의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서 가상의 ‘클라우드 파빌리온(Cloud pavilion)’에 접근할 수 있다. 클라우드 파빌리온에 입장하면 2038년 평화로운 미래 세계를 살아가는 18세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인터레일 2038(Interrail 2038)’과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을 들어볼 수 있다.
<디진>의 보도에 따르면 이에 대해 일부에서 독일관의 전시 형태가 “거만하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2038 – 새로운 평화’는 이번 건축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건축가 팀 아브라함(Tim Abrahams)은 “독일관은 달랑 QR 코드 몇 개가 다였다. 아무리 거기에 몰입하려 해도 내 감각은 3초 만에 굳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38 – 새로운 평화’에서 전시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로 ‘QR코드’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QR 코드 자체는 이미 개발된 지 30여 년이 되어가는 ‘구식’ 기술이다. 하지만 이번 독일관 전시에서는 비대면 시대의 의미에 걸맞게 전시에 적용, 전시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로 사용하면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주고 있다. 이것은 ‘새로움’이 항상 어떤 개념이나 도구 그 자체의 새로움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독일관의 전시는 백 여 명이 넘는 다양한 국적의 건축가, 생태학자, 예술가, 과학자, 작가, 정치가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팀 ‘2038’이 기획했다. ‘2038’은 건축가 아르노 브란틀후버, 울라프 그라베르트, 니콜라스 히르쉬, 타티아나 빌바오, 패트릭 슈마허,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로스가 중심이 되어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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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