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1년, 디자인의 변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 19의 팬데믹을 선언한 날이 2020년 3월 11일이니, 공식적으로 전세계인들의 발이 묶인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팬데믹 선언 이후, 미디어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다루어 왔는데, 2021년에 들어서는 진전된 소식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뉴스의 토픽이 아니라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각종 세미나나 심포지움의 주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일까. 이 논의에 동참하기 위해 그간 디자인계에서 주로 어떤 움직임들이 있었는지 돌아본다. 여러 변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대단히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그 부분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머티리얼라이즈, ‘핸즈프리 도어 오프너’, 3D 프린팅

2020년 팬데믹이 선언된 이후 초기, 감염병에 대한 대응 방식이 체계화되기까지 마스크와 의료진들의 안전복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소위 명품 브랜드들까지 동참하여 의료 품목을 생산하는 일이 일어났다. 부족한 생산라인을 보충하기 위해 영국의 패션계에서는 Emergency Designer Network (EDN, 2020. 3)이 구축되었고, 당시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던 이탈리아에서는 건축가들이 컨테이너를 임시 병원 시설로 개조하는 일에 나서기도 했다. 그 외 3D프린팅(페이스 쉴드, 인공호흡기)과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각종 의료 기구와 접촉을 방지하는 센서 장치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디자이너들은 자가 격리 조건에서 일상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업무가 가능한 주거 환경 설계가 필요한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도로를 더 넓혀야 할지, 타인과의 거리 유지가 어려운 건물이나 엘리베이터와 결별하고 주로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지. 이러한 고민은 삶의 환경, 주로 도시 환경의 변화로 이어졌다. (주거 환경에서는 업무 시설, 운동 시설과 공기 정화 장치가 급속히 증가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고 왕래하는 도심 지역이 폐쇄되면서, 대도시의 중심과 주변 지역 간의 사회경제적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회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아직 그러한 조짐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2020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통 시스템이다. 이미 자전거가 교통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한층 더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로 시스템을 그에 맞게 정비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차로를 자전거 전용 도로로 변화시키는 사업을 진행하던 도시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뭄바이, 멕시코시티 등) 한편 자동차 위주로 생활하는 대부분의 미국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일상적 격리 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주목했다. (자동차 극장 확대, 주차장 야외 예배 등)

파리 언 셀르에서 구상한 파리의 팝업 ‘코로나 사이클웨이’ 

그리고 사업상 가장 타격을 크게 입은 업종 중에 하나인 요식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야외 공간 즉 공공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물론 시민들이 격리 생활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충분한 간격을 두고 2-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다양한 형태로 구축하는 디자인(시애틀, 뉴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도나 야외 주차 공간 사용에 관한 협의라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야외 공간만 확보하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팝업 형태의 식당 시설도 시도되고 있다. (미국 유타 주) 아울러 공원 같은 공공 여가 공간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경을 통해 활동 영역을 제한하여 사회적 거리를 둘 수 있게 유도하는 디자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내 영업 중지령에 따라 야외에 설치된 대안적 식당, 샌프란시스코
아다 코틴스카(Ada Kotynska), 폴란드 엘블라크,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바둑판 형태로 심은 잔디

대한민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대지 규모에 비해 자동차 운행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유럽형 자전거 운행 확대 방안도, 미국형 자동차 중심 생활 공간 확대도 쉽지 않다. 통행로나 주차 공간을 인근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일은,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각종 스마트 기기가 장착된 청정 구역인 자기만의 공간에서의 삶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무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실내 공기청정기나 접촉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시스템 디자인은 앞으로도 큰 장애물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앞으로 우리의 사회적 삶은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또 이 맥락에서 공공공간의 의미와 사용 주체에 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바로 이 시기에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19와 디자인 관련 기사 링크 ➲

Instagram-worthy’: Covid-19 predicted to change design of Australian universities’, The Guardian (2021. 2. 10)

’10 Covid-busting designs: spraying drones, fever helmets and anti-virus snoods’, The Guardian (2020. 3. 25)

Architect in Italy turns shipping containers into hospitals for treating Covid-19’, The Guardian (2020. 3. 27)

Smart lifts, lonely workers, no towers or tourists: architecture after coronavirus’, The Guardian (2020. 4. 13)

Sensor taps and no door handles: Covid-19 shows it’s time to rethink public toiles’, The Guardian (2020. 5. 3)

Will Covid-19 show us how to design better cities?’ The Guardian (2020. 5. 24)

Coronavirus: The 3D artists helping fashion through Covid-19’, BBC (2020.5. 24)

Pandemic production: when design is a matter of life or death’, The Guardian (2020. 6. 6)

Coronavirus: Designer develops mobile plastic shield’, BBC (2020. 6. 19)

Building Public Places for a Covid World’, The New York Times (2020. 9. 15)

 ‘From garden streets to bike highways: four ideas for post Covid cities – visualized’, The Guardian (2020. 9. 25)

Design for the Future When the Future is Bleak’The New York Times (2020. 9. 28)

Coronavirus and Home Design’, The New York Times (2020. 10. 22)

Redesigning the world with COVID-19’, BBC (2020. 10. 26)

‘Toshiko Mori talks designing pandemic-resilient cities for BBC’s The Conversation podcast’, BBC (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2020. 11. 19)

’14 clever COVID-19 design solutions from around the world’, Los Angeles Times (2020. 12. 29)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09-11-23 | 시장을 품은 아파트

주상복합건물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또 이런 건물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MVRDV가 설계한 ‘마켓 홀’의 놀라운 부분은 건물이 재래 시장을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물이 곧 시장의 아케이드가 되어 흥미롭게 동거합니다. ‘마켓 홀’은 예정대로 2014년 완공되었고, 그 모습은 이곳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2010-04-26 | HP, 3D 프린터 출시

2010년 HP는 스트라타시스와의 제휴로 3D 프린터 시장에 진출합니다. 2010년 4월 26일의 뉴스는 HP가 처음으로 선보인 3D 프린터 2종에 관한 소식입니다. 돌아보면 2000년대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기기의 대중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모형이나 시제품의 쾌속 제작을 넘어 기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시도가 활발했던 시기입니다. 가령 2006년 프론트의 ‘스케치’ 가구 시리즈처럼요. 이제 3D 프린팅 기술의 활용 사례는 제품에서 건축에까지 더욱 넓게 더욱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10-05-18 | 테크노크래프트

퓨즈프로젝트의 디자이너 이브 베하가 큐레이터가 되어 18개월 간 동시대 ‘만들기(making)’의 양상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청사진, 해킹, 미완성, 모듈이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말이죠. 2010년 YBCA에서 열린 전시회 ‘테크노크래프트’ 소식입니다.

우리가 만든다: 소녀 목공 클럽

텍사스 사막 위의 작은 마을 마파에 위치한 마파 목공 클럽(Lumber Club Marfa)은 7세에서 14세...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