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을 식수로 만드는 시스템 디자인

태양열 에너지 담수화 시스템(Solar Desalination Skylight). © Henry Glogau Studio

건축가 헨리 글로가우(Henry Glogau)는 칠레 메히요네스 지역의 해안 커뮤니티를 위해 담수화 장치를 겸한 조명디자인을 선보였다. 비영리단체 테코(TECHO)와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 디자인은 건물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다. 이 담수 장치는 우선 바닷물을 증발시켜 식수를 생산하고, 남은 바닷물을 에너지원으로 조명에 불을 켜는 자동 순환 시스템이다.

태양열 에너지 담수화 시스템 디자인 프로세스. © Henry Glogau Studio
태양열 에너지 담수화 시스템의 원리. © Henry Glogau Studio

천장에 고정된 조명은 태양열 에너지와 소금물 전지를 둘 다 사용하는 혼합형으로, 태양 집열판으로 에너지를 얻어 작동하고 증발 과정에서 남은 소금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12개의 소금물 전지는 구리(양극)와 아연(음극)이 들어 있는 튜브에 닿으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조명에 불이 켜진다.

태양열 에너지 담수화 시스템. © Henry Glogau Studio

태양 에너지 담수화 시스템은 반구형의 형태로 표면에 물길 패턴이 있으며, 이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CNC 가공으로 금형을 제작한 뒤, 진공 성형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글로가우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 지역 해안 커뮤니티에서 자원 고갈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의 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자원의 원리를 이용하면서도, 복잡한 기술을 요하지 않아 접근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 시스템을 고안한 디자인 팀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플라스틱 물병, 캔, 칼, 테이프와 같이 구하기 쉬운 재료로 기기를 제작하는 워크숍도 함께 기획, 시행했다.

henryglogau.com

© designflux.co.kr

강예린

지구에 이로운 디자인이 있을까요?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결국 어디로 버려질까요? 호기심이 많은 초보 연구자입니다. 모든 광고 문구에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것, 누군가 소외되지 않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목재 건조실에서 선보인 전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대규모 오프라인 디자인 박람회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2006-08-16 | 헬베티카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2006년 8월, 게리 허스트윗은 이후 ‘디자인 3부작’의 시작이 될 다큐멘터리의 후반 작업에 한창이었습니다. 다가오는 2007년 ‘헬베티카’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그는 어떻게 이 하나의 서체가 전 세계 생활 풍경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세계 곳곳에 거주하는 헬베티카의 모습과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통해 담아냅니다. <헬베티카>는 2009년 디자인플럭스와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연 작은 영화제의 상영작이기도 했는데요. 신작과 함께 게리 허스트윗 감독이 한국을 찾아, <헬베티카>와 <오브젝티파이드> 두 편의 작품으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났습니다.

2011-07-08 | 태양과 모래의 3D 프린터

햇빛이 작열하는 모래의 바다에서, 한 디자이너가 무언가를 출력해가지고 돌아왔습니다. 2011년 RCA 졸업전시회에서 마르쿠스 카이저는 ‘태양 소결’이라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모래-유리 오브제들을 선보였습니다. 선택적 레이저 소결법(SLS)이라는 원리는 여느 프린터와 동일하지만, ‘태양 소결’은 레이저 대신 햇빛을 열원으로 플라스틱 수지 대신에 모래 속 실리카를 재료로 삼았죠. 2011년 그는 두 번 사막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수동 버전의 프린터를 들고 모로코의 사막으로, 두 번째는 완전 자동화된 컴퓨터 구동 방식의 프린터를 들고요. 참고로 두 번째 방문의 결과물은 MoMA에 소장되었습니다.

2008-05-02 | 가구로 다시 만나는 그녀, 발렌티나

무성영화 시대의 배우 루이즈 브룩스를 빼어닮은, 핫셀블라드를 든 사진가인 그녀는 관능, 희열, 백일몽, 사도마조히즘의 위험한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이탈리아의 만화가 귀도 크레팍스의 대표작 〈발렌티나〉의 이야기입니다. 1965년에 태어난 발렌티나 시리즈는 1980년에 막을 내렸고, 작가 귀도 크레팍스도 2003년 세상을 떠났지만, 이 유명한 여인은 책을 떠나 2008년에는 가구의 모습으로 2017년에는 벽지의 모습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