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지도

(좌) <사라지는 장소의 지도> 표지, (우) 책에서 발췌한 ‘남극 빙하류(Antarctic Ice Stream Speed)’, 2021. © Christina Conklin

바다를 소재로 기후 위기를 다루는 예술가, 크리스티나 콘클린(Christina Conklin)이 마리나 사로스와 공동 저술한 <사라지는 장소의 지도: 기후 변화 속 우리의 해안과 바다(The Atlas of Disappearing Places: Our Coasts and Oceans in the Climate Crisis)>가 출판되었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모두 작가가 해조류를 사용하여 만든 작품의 이미지로, 물에 닿으면 녹아 없어지는 성질을 가진 해조류 위에 지도를 그려낸 것이다. 이 지도는 현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미래에 사라질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아름다운 작품과, 반면에 작품이 담고 있는 파괴적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각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쉽게 풀어 쓴 자연 과학 이야기와 실제 장소에 기반한 흥미로운 그래픽을 조합하여, 상하이에서 남극에 이르는 전 세계 20개 장소를 묘사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의 영향을 네 가지로 분류하여 화학적 성질의 변화, 수온 상승, 초대형 태풍, 해수면 상승에 관해 다루고 있다. 각 장마다 인류가 즉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장소를 보여준다.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루시 리파드(Lucy R. Lippard)는 “<사라지는 장소의 지도>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을 들추고,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읽기 쉽고 유용하지만 섬뜩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지구촌을 자극한다.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훔치고, 행동하라. 바다가 고조되듯이, 우리도 봉기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후 변화와 바다의 위기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책 속 뉴욕 지도, 2021. © Christina Conklin

chrisinaconklin.com

© designflux.co.kr

이서영

디자인 우주를 여행하던 중 타고 있던 우주선의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생겨 목적지를 잃고 우주를 부유하는 중입니다. 이 넓은 디자인 우주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근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마다 착륙해 탐험하고 탐험이 끝나면 떠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또 다음 별로 출발해보려 합니다.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1-05-12 | OCAD U 시각 아이덴티티

2011년 새단장한 온타리오미술디자인대학의 시각 아이덴티티가 공개되었습니다. 흑백의 창들로 이뤄진 가변형의 로고 디자인이 핵심입니다. 고정형에서 가변형으로 또 더 나아가 반응형에 이르기까지, 2010년을 전후로 운신의 폭을 넓힌 아이덴티티 디자인들이 속속 등장하며 하나의 추세를 이루었습니다. 2009년의 멜버른 시 아이덴티티, 2011년의 BMW 구겐하임 랩 아이덴티티, 2013년의 휘트니 미술관 그래픽 아이덴티티 같은 사례처럼요.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 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동적’ 변화입니다.

2008-07-11 | “빌바오 효과란 허튼 소리다.”

2008년 서펀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의 건축가는 프랭크 게리였습니다. 의외로 이 임시 건축물이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완성된 프랭크 게리의 건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파빌리온 공개를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빌바오 효과’에 언급되었죠. “빌바오 효과란 허튼 소립니다.” 그렇게 이야기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프랭크 게리였습니다. 

2009-03-10 | ‘잃어버린 도시로부터’

반듯함과는 거리가 먼, 자가성장이 만들어낸 비정형의 파벨라 풍경을 가구에 옮겼습니다. 가구의 뼈대를 채운 것은 제각각 소재의 서랍과 상자들입니다. 2009년 당시 갓 학교를 졸업한 신진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티안 비방코는 이제 여러 디자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더불어 멕시코의 라탄 가구 브랜드인 발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도 맡고 있지요.

2009-06-30 | 쿠션을 구하는 스툴

보통 소파나 안락의자에 놓던 쿠션을, 가장 단순한 의자인 스툴에 선사했습니다. 5.5 디자이너스의 스툴 ‘탭’은 쿠션을 놓기 좋게 오목한 시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내에 조화를 불러오는 쿠션의 힘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스툴. 5.5 디자이너스가 제공하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실제로 쿠션을 구해 얹는 일은 사용자의 몫이었죠. 5.5 디자이너스가 이 의자를 두고 “미완성 상태에 놓인 절반의 물건”이라고 했던 까닭입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