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7 | 다운로드를 위한 디자인

Editor’s Comment

음악이나 영화처럼 디자인을 내려받는다면. 2011년 드로흐가 ‘다운로드용 디자인’을 위한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생산 도구부터 판매 방식까지, 디자인을 둘러싼 환경이 디지털화되었다면, 아예 이를 겨냥해 그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이제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는 웹사이트 링크가 말해주듯, 드로흐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10년 전 제안된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의 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1974년 엔초 마리(Enzo Mari)는 ‘자급자족 디자인(Autoprogettazione)’[i]이라는 이름으로 DIY 가구 설명서를 배포했다.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와 유사하게 완제품이 아닌 디자인 청사진을 판매한다. 제품에서 아이디어, 디자인만이 추출되어 상품이 되고, 제작은 소비자의 몫이 되는 식이다. 

드로흐(Droog)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말 문을 열 www.make-me.com은 ‘다운로드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플랫폼이다. 오픈 디자인과 디지털의 가능성을 토대로, 디자이너와 제조사,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것이 드로흐와 미디어길드(Mediagilde)의 목표다. 

제품 디자이너,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학교 및 기관들이 플랫폼에 참여, 각자의 디자인 청사진을 판매할 것이다. 다운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디자인들이 판매된다. 여기에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화의 길도 열려 있다.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해당 디자인의 내용을 직접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최종 결정되었다면, 남은 것은 이제 제작이다. 소비자가 직접 제작에 도전할 수도, 혹은 지역의 제조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플랫폼의 또 다른 축은 제조사들이다. 소규모 공방, 3D 프린팅 전문 업체 등 지역 제조사들의 네트워크 역시 구축될 것이다.

드로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디자인에서 제조, 배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개입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려 한다. “디자인을 디지털 영역으로 이끌게 되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열린다. 그저 운송이나 보관 상의 효율성만이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 접근 방식, 혁신적인 디지털 디자인 도구, 온라인 쇼핑 경험, 배급 참여자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불러온다.” 또한 그것은 드로흐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열린 ‘다운로드를 위한 디자인(Download for Design)’은 디지털 디자인 플랫폼을 예시하는 자리였다. 이벤트아키텍처(EventArchitectuur), 미날레-마에다(Minale-Maeda)가 디자인한 CNC 컷 탁자와 책상, 수납장, 그리고 3D 프린터로 제작된 전원 소켓 등이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다. 더불어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디지털 디자인 도구들도 함께 선보였다. “프로세스의 핵심은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더 많은 선택지들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벤트아키텍처의 설명이다.

이벤트아키텍처, ‘박스오라마(Box-o-rama)’
이벤트아키텍처, ‘파사드 & 기능(Facades & Functions)’
미날레-마에다, ‘인사이드아웃(Inside-out)’ 가구 

www.droog.com

ⓒ designflux.co.kr


[i] 번역 수정: 자가디자인 -> 자급자족 디자인

기사/글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들려주세요.

More

2010-10-06 | 홈메이드가 최고

이케아의 주방용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요리책. <홈메이드가 최고>는 스웨덴 전통 베이커리 30가지의 조리법을 담은 책입니다. 캠페인을 맡은 광고회사 포르스만 & 보덴포르스는 시각적으로 색다른 요리책을 선보였습니다. ‘하이패션이나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그런 사진들이 가득한 책을요. 

2007-01-26 | 길 위의 디자인

골목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차양막.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공공공간 그늘막’입니다. 신축성 좋은 라이크라 소재로 주변 환경에 덜 구애받으며 더 유연한 설치가 가능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유연한 형태와 밝은 색상이 골목에 그늘만큼이나 기분 좋은 활기를 더하죠. 이 차양막은 그해 열린 쿠퍼휴잇의 ‘90%를 위한 디자인’ 전시에서도 선보였습니다.

2011-07-28 | 과일들

디자이너 히사카즈 시미즈는 캐논의 디지털 카메라 ‘익서스’ 시리즈의 수석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사보 스튜디오를 설립해 개인 작업을 병행해왔습니다. 2011년 비비드 갤러리에서 열린 ‘과일들’은 후자의 디자이너로서 연 개인전이었죠. 한편 이 전시의 큐레이팅은 에이조 오카다가 맡았습니다. 디자인 디렉터로서, 또 디자인 블로그 dezain.net의 운영자로서 활동해온 그는 ‘과일들’ 이전에도 몇 차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고 하죠. 그리고 이듬해, 두 사람은 S&O 디자인이라는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를 함께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010-08-11 | 미소니, 케네스 앵거와 만나다

〈스콜피오 라이징〉으로 유명한 실험영화 감독 케네스 앵거와 이탈리아의 패션하우스 미소니가 만났습니다. 러닝타임 2분 30초의 짤막한 캠페인 필름 〈미소니 바이 앵거〉의 크레딧이 올라올 때, 온통 미소니로 끝나는 이름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2010년 그해, 미소니 일가는 봄/여름 위르겐 텔러에 이어 가을/겨울 케네스 앵거의 카메라 앞에 서며, ‘직접’ 브랜드 홍보의 전면에 섰습니다.

Designflux 2.0에 글을 쓰려면?

Designflux 2.0는 여러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에세이, 리뷰, 뉴스 편집에 참여를 원하시면 아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